매일신문

야당도 싫다는 '특감 카드' 드라이브 韓, 당 분란만 일으키나

특감은 원내 문제라는 친윤 반발로 친한계와 극한 갈등 우려
북한인권재단 연계도 끊으며 당 정체성까지 흔들
야당도 특감 아니라 특검 주장 고수…李·韓 회동도 '빈손' 우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에서 열린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인근에서 열린 '역면접x국민의힘, 2030이 묻고 정당이 답하다'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으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추진하고 있지만 임명 절차가 얼마나 진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난항 끝에 극적으로 여당 내 의견이 모이더라도 야당과의 협의를 다시 거쳐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은 특감 임명이 아닌 특검으로 전방위 수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대표가 보수의 주요 신념 중 하나인 북한인권재단과의 연계까지 내려놓으면서 거야(巨野)까지 달갑지 않게 여기는 특감 카드를 고수, 당의 내홍만 일으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북한인권재단, 당 정체성인데...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 이상 대통령실 공무원을 감찰하는 기구로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됐다.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사퇴한 이후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도 이를 임명하지 않아 8년째 공석이다.

특별감찰관 도입 필요성은 계속 거론됐지만 이와 연계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민주당이 거부하며 여야 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 증진과 관련한 실태 조사와 연구, 정책 개발 등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이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북한인권법 통과로 설치 근거가 마련됐으나 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거부하면서 아직 공식 출범을 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한 대표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무관하게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추진하겠다고 나서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적지 않다.

김건희 여사 문제를 풀어보겠다는 취지를 이해한다고 해도 대통령실과 친윤(윤석열)계는 '원내 사안'에 당 대표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물론 북한인권재단이 당 정체성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부정적 입장을 보인다.

대통령실은 최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은 마치 가벼운 사안인 것처럼 하면 안 된다. 북한 인권 문제는 당 정체성과 연결돼 있고 당의 정체성 또한 중요하다"고 했다.

◆野, 韓 향해 "특감 정치쇼 중단"

국민의힘은 일단 의원총회를 열어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친한(한동훈)계와 친윤계가 정면충돌을 피하며 극적으로 타협안을 도출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야당의 협조가 더 큰 관건이다. 특별감찰관은 여야 협의로 후보 3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이 가운데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한다.

민주당은 이날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추진과 관련해 "특검 지연이자 훼방 놓기"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특별감찰관은 파도를 세숫대야로 막으려는 부질없는 시도"라며 "한 대표는 '특감 정치쇼'를 중단하고 김건희 특검 찬성 의사를 밝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내부에선 특별감찰관이 친인척 비위를 감찰한다고 하지만 현 상황은 김 여사의 의혹이 불거질 대로 불거진 상황이라 한계가 크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의 대안으로 내놓은 특별감찰관 카드에 동조하면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특검법의 당위성이 희석된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 차례 더 머리를 맞대기로 한 가운데 야당의 진전된 입장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특별감찰관 드라이브를 고수하는 것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보수 정가의 한 관계자는 "한동훈 대표가 정치적 큰 그림을 그리지 못한 채 자신만 옳다는 생각에 빠져 자기정치를 벌인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게 아니냐"면서 "야당은 특검을 하자는데 특감 카드를 꺼냈다가 당만 쪼개지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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