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직후 미 전쟁성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한 첩보 우선순위 1급에는 일본의 밀정(密偵)으로 이용된 한국인 명단, 친일 부역자와 정치범에 관한 정보 등이 포함됐다. 밀정 명단은 미 국무성, 전략정보국 등 다섯 개 기관이 제각기 요구했다. 조선총독부, 각 지방 경찰국 등에서 자료 확보가 가능했겠지만 순조롭지 못했다.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은 게 훨씬 많았던 탓이었다.
6·25전쟁 당시 미군 방첩대가 특히 경계할 대상으로 지목했던 부류 중에는 '여성'이 있었다. 1951년 10월 방첩대 지구 야전 보고서에는 이런 첩보가 있다. "북한 정부가 500여 명의 젊은 여성 간첩 요원들을 남한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한다. 선발된 모든 여성은 적어도 고졸 이상의 학력을 갖췄으며 각종 간첩 활동에 관한 석 달간의 훈련 코스를 거쳐야 한다. 이들은 통상 미군과의 교제를 활용하여 남한 당국의 수사를 피하려고 한다. 이 그룹의 상당수는 유엔군 댄스홀 등에 취업하고 있다."
아랍권의 CNN이라 불리는 알자지라 방송 소속 언론인 여섯 명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속 대원으로 확인됐다는 주장이 이스라엘군에서 나왔다. 확신의 근거는 하마스 대원 명단과 훈련 과정, 전화번호, 급여 등 정보가 포함된 문서였다. 아나스 자말 마무드 알샤리프 기자는 하마스에서 '팀 지휘관'을 맡고 있으며 200달러의 급여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고, 이스마일 파리드 무함마드 아부 오마르 기자는 '저격수'라 적혀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한국대학생진보연합과 촛불승리전환행동 회원 9명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청구액은 500만∼2천만원이라고 한다. 경찰도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이들을 미행(尾行)해 촬영하며 동향을 파악한 게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미행당한 이들의 빠른 눈치도 대단하지만 미행을 들킨 직원들도 보통이 아니다. 미행이란 대상이 알아채지 못하게 하는 게 기본이다. 국가정보원 직원이 포털사이트에 조직적으로 댓글을 쓰는 것에 비해 미행이 직업적 본질에 가깝다지만 휴대전화 기록물까지 보여줘야 했다면 보통 문제는 아닌 듯하다. 가령 적대적 인물을 해외에서 미행하다 발각됐다면 어찌 됐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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