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다른 생각 없다”는 한동훈 대표, 국민의힘 지지층 의구심 해소해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대구 강연에서 변화(變化)와 쇄신(刷新)을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 논란' 해소를 위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특별감찰관 임명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보수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대해 한 대표는 "변화와 쇄신을 방해하기 위해 자해적 이간질로 이득을 보려는 소수의 사람도 있다"며 "제대로 싸우고 이기기 위해 변화와 쇄신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26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45주기 추도식에서도 한 대표는 "변화와 쇄신의 길로 가겠다"고 밝혔다.

변화와 쇄신은 당위적(當爲的)이다. 문제는 한동훈 대표가 '변화와 쇄신'이라는 명분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을 야기(惹起)하고 국민의힘 내부 분란을 조장(助長)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 한 대표가 연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김건희 여사 논란'만 해도 그렇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디올 백 의혹에 대해서 이미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세간에 떠돌고 있는 '김 여사 공천 개입설' 역시 정치 브로커들의 주장일 뿐이다.

사실이 그런 만큼 여당 대표인 한 대표는 그 문제와 관련한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각종 독소 조항이 가득한 야당 특검법의 부당성을 강조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한 대표는 야당의 공세에 맞대응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주장에 동조해 '김건희 여사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한다. 언론을 통해서도, 대통령을 만나서도, 강연에서도 줄곧 그 주장을 펼쳤다. 야당의 집요(執拗)한 공격에 여당 대표까지 가세하니 팩트(사법 혐의 없음)는 사라지고 악마적 이미지만 쌓이는 것이다.

대통령 친인척 등을 관리·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도 마찬가지다. 특별감찰관 임명 역시 당위의 문제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문제를 야당이 거부해 온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과 연동(連動)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법과 북한인권법이 별개라서 이 둘을 연동하지 말고 먼저 특별감찰관부터 임명하겠다면, 내부적으로 추경호 원내대표와 협의했어야 했다. 그러나 한 대표는 협의 없이 불쑥 던져 버렸다. 그러자 추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는 "원내 사안"이라고 제동을 걸었고, 이에 질세라 한 대표는 다시 "당 전체 업무를 총괄하는 업무는 당 대표가 하는 것"이라고 응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쓸데없는 분란(紛亂)과 갈등(葛藤)을 야기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니 지지자들 사이에서 쇄신은 명분이고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한 대표는 "이기기 위해 변하자는 것이지 다른 생각은 없다"고 했다. '다른 생각'이 없음에도 '다른 생각'이 있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위험하고 해롭다.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부터 의심을 받는다면 변화와 쇄신을 이루기는커녕 지지층의 불신(不信)과 불만(不滿)만 키울 뿐이다. 한 대표는 지지층의 불신·불안·불만을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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