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영방송 및 여러 매체에서 강연을 통해 대중과 활발히 만나고 있는 크리스텔 프티콜랭(Christel Petitcollin)은 심리조종자와 그에 휘둘리는 사람들에 대한 교류 분석의 대가다. 몇 년 새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가스라이팅'에 대해 프티콜랭은 한 개인이 겪는 고통의 문제로 취급하지 않는다. 그는 위해를 '당하는 사람'과 '가하는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현상과 이면에 감춰진 그들의 고유한 특성을 관찰하고 해석한다.
그가 심리조종 등의 현상을 분석하면서 가장 많이 꺼내는 이야기는 '양육 방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앞서 밝혔듯이 심리조종은 두 사람 이상의 사람 사이에서 일어난다. 대개는 부모의 특정한 양육 방식이 자녀에게 특정한 영향을 끼치며, 그것이 심리조종자의 먹이가 되는 사람과, 공격하는 사람으로 길러지 게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어떤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가, 또 자녀가 부모의 행동 이면에서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살아가며 어떤 기제가 되고 증상이 발현되는지를 프티콜랭은 세세하게 일깨워준다.
◆ 내 입맛에 안 맞는 세상 인정하기
학생들이 급식에 대해 맛이 어떻고 간이 어떻고 평가를 하는 것이 도가 지나쳐서 학부모의 민원으로 이어질 때, 방학 동안 급식을 먹지 못해 구황작물에 의지하고 살던 선생님들은 민원의 내용이 다소 의아해지는 것이다.
"집에서는 구첩반상을 먹나 봐."
부모가 모든 것을 완벽하게 대비해 두니, 아이들은 실패할 겨를이 없다. 듣기만 했지 겪어보지 않았으니 남을 이해할 리가 없다. 해마다 반복되는 따돌림의 문제, 남을 조롱하고 비난하다 학폭으로 넘겨지는 현상의 이면에는 '쟤는 남보다 못한 아이니까, 내가 마음껏 비난해도 돼'라는 잘못된 관념이 심어진 경우가 많다.
모든 부모는 아이를 위해 완벽한 양육자가 되고 싶어 하고, 그것을 학교에서도 그대로 실행해 주기를 원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프티콜랭은 이러한 완벽주의가 오히려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한다. 때로는 실수하고, 때로는 좌절하는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것이 더 큰 것을 이루는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람이고, 교육이다.
◆ 완벽하게 독립시킬 자신감은 있는가
"학부모님이 너무 정성들여 양육을 하시는데 출구가 없으면 자녀는 너무 갑갑해하지."
가끔 수업 시간에 자녀 양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특정 학생을 향해 쏠리는 시선을 발견하게 된다. 서로의 처지를 다 알고 있다는 말이다.
"선생님이 지금 하는 이야기는 ○○이의 이야기가 아닌데?"
"네, 알아요. 그런데 제 이야기인 것 같아요."
오히려 무심하게 받아치는 ○○이를 보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학생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는 팔에 그어진 자국만 봐도 안다. 아무리 자녀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라고 해도, 자녀는 본능적으로 안다. 우리(cage)에 갇힌 상태에서 온갖 관심을 지나치게 받고 있다는 것을.
중학교 2학년 후반기가 넘어가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한데, 우리 세대 부모들은 그런 경험을 본인들이 겪어보지 못했다. 이른바 '정'이라 불리는 끈끈한 유대감을 바삭하게 잘라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시어머니가 주는 김치는 지나친 간섭에 대한 대가로 쓰레기통에 버릴지언정, 자녀의 카톡과 인스타·메일·일기장에 접근해 지나치게 관심을 가지고, 벌어지지 않은 일까지 상상하여 담임 선생님을 공격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그것을 보았다는 것을 알리지 말아달라 하시니, 이순신 장군이 따로 없다. 이에 우리 학생들은 그런 부모의 모습을 보며 본인의 난중일기를 찢는 것이다.
◆ 가리워진 아이들의 길에 빛을
우리 학부모들의 세대를 고려할 때, 이 노랫말을 모르는 분들이 없을 것 같다.
보일 듯 말 듯 가물거리는 / 안개 속에 싸인 길
잡힐 듯 말 듯 멀어져 가는 / 무지개와 같은 길
그 어디에서 날 기다리는지 / 둘러보아도 찾을 수 없네
그대여 힘이 돼주오 / 나에게 주어진 길 / 찾을 수 있도록
그대여 길을 터주오 / 가리워진 나의 길
우리 부모가 할 일은, 제발 그 길을 터주는 것이다. 부디 안정과 인정, 애착의 빛으로 가리워진 아이들의 길에 안개를 증발시켜 주시기를 바란다.
교실전달자(중학교 교사, 연필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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