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을 가다 보면 요양병원이나 요양원과 같은 노인요양시설 간판이 종종 눈에 띄어서 그 수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것은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는 노인의 수가 그만큼 많아지고 있음을 추정케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노인요양시설 입소 인원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최근에 우리나라의 노인인구가 급격히 증가한 탓도 있겠지만, 핵가족화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와 같은 가족구조의 변동 및 부모에 대한 부양의식의 약화 등으로 인해 가족의 부양능력 잠재력이 현저히 약화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과거에는 노인이 되어도 가정에서 가족의 돌봄을 받고 가족과 함께 여생을 보내다가 대개 가정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상례였지만, 요즘은 나이가 들어서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기가 어려우면 가정을 떠나 노인요양시설에 입소하게 되고 그곳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런데 대부분의 노인들이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 왜냐하면 일단 요양시설에 들어가면 다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과 가족과 영영 이별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리고 이제는 자신이 더 이상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없게 된다는 절망감을 느끼기 때문이며, 이런 이유로 가능하면 요양시설 입소를 기피하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노년 층 사이에 유행하는 말 중에 '9988234'라는 것이 있다.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삼 일 아프다가 죽는 것'이라는 뜻인데, 이것이 가장 행복한 죽음이라고 말하곤 한다. 노년에 자식 신세 안 지고, 요양병원에 안 가고, 자기 스스로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다가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모든 나이든 사람의 소박한 소망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소박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년의 건강이 중요하다는 점을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다. 특히 자발적 신체활동과 이동능력을 최대한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쇠의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근감소증의 발생을 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적당한 운동과 충분한 영양섭취가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개의 사람들이 운동의 중요성은 잘 인식하고 있으나 충분한 영양섭취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영양섭취의 제1관문인 구강의 건강을 소홀히 하는 것 같아서 구강건강을 관리하는 치과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구강의 기능 중 음식을 씹는 저작과 음식을 삼키는 연하는 구강 본연의 핵심적 기능으로 영양 공급의 측면에서 전신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구강기능의 감퇴를 가져오는 구강노쇠가 발생하면 잘 씹고, 잘 삼킬 수 없게 되어 영양 저하 또는 영양 불량이 나타나고, 이로 인해 근감소증이 유발되고, 신체 노쇠가 진행되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즉, 구강노쇠를 방치하면 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실제로 일본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 따르면 2천여 명의 노인을 약 4년간 관찰했을 때, 구강노쇠가 있는 경우에 신체 노쇠, 근감소증, 그리고 장애의 발생 위험도가 2배 이상 높았으며, 사망률도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고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구강노쇠가 있으면 흡인성 폐렴의 발생 위험이 높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구강위생 관리를 통해 흡인성 폐렴의 발생 및 그 사망률을 크게 감소시켰다는 연구보고가 여러 차례 발표된 바가 있다.
이에 따라 노쇠로 인해 스스로 구강관리를 할 수 없는 노인에서 흡인성 폐렴의 발생을 줄이기 위한 최선의 대책으로 매 식후 잇솔질, 매일 1회 의치 세척, 그리고 주 1회 전문가 구강관리를 받는 것이 권장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이것을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다. 노인의 구강기능과 구강건강의 유지는 노쇠의 발생을 억제해서 노후 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노인의료비 감소를 통해서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방지하는 데도 큰 몫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노인의 구강건강 증진을 위한 관계 당국의 관심과 제도적 보완을 촉구하는 바이다.
최재갑 경북대치과병원 구강내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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