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박동준상 시상식과 수상작 전시가 11월 8일 갤러리 분도(대구 중구 동덕로 36-15 2, 3층)에서 열린다.
박동준상은 한국 패션계와 문화예술계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디자이너 고(故) 박동준 선생의 정신을 후대에 전하고자, (사)박동준기념사업회(이사장 윤순영)가 2020년 제정한 상이다. 지난해까지 패션, 미술부문을 격년제로 시상해왔으나 올해부터 동시에 시상한다.
올해 수상자로는 배종헌 작가(미술부문)와 박현 디자이너(패션부문)가 선정됐다.
배 작가는 이번 수상기념 전시에서 올해 초 유럽여행에서 마주한 수많은 얼룩들을 보며 시작한 새로운 '명소' 프로젝트의 첫 시리즈 '명소-비너스의 등'을 선보인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관광 명소는 주목 받는 것과 관심 밖의 것들의 명암이 두드러지는 공간이다. 이번에 출품하는 작품들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발견된 흔적을 소재로 한다.
작가는 "나는 관심 밖의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본다. 주인공이 아닌 주변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된다"며 "비너스상의 등에서 대리석이 패인 자국이 보였다. 지금은 박물관에 고이 모셔져 있지만 팔이 유실되고 흙더미에 깔려 있던 때 난 상처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비너스상에 몰린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너스의 얼굴과 정면만 보고 떠난다. 뒤로 돌아가 비너스의 등을 보면 이 조각상이 겪은 상처가 보이는데…. '샤모트라케의 승리(니케)'를 보며 그 화려한 날개보다 니케가 딛고 있는 뱃머리의 흔적들에 더 마음이 쓰였다. 주인공을 떠받치고 있는 짓눌린 삶들에 대한 예술적 보답을 담아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나무판에 색을 입히고 그 위에 유화물감을 덧바른 후 날카로운 도구로 긁어 안쪽 색이 드러나게 하는 기법을 사용한다. 그의 그림은 유화로 그린 풍경화이지만 동양적 산수화의 느낌을 풍긴다. 물감을 덧발라 완성하는 유화의 기법과는 반대로 긁고 상처를 내는 방식으로 그렸다. 지나간 시간이 남긴 상처와 흔적이라는 주제가 작화 기법에 투영됐다.
정수진 갤러리분도 큐레이터는 "서양화와 동양화, 유화이지만 유화를 거스르는 태도는 그간 탈형식적이고 개념적인 작품을 해온 작가로서의 저력이 느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며 "그는 작품활동 초기부터 소멸되어가는 것들, 그 과정에서 남은 흔적들, 세월을 머금은 공간의 서사를 다양한 형식과 철학으로 풀어왔다. 이번 신작을 감상하면서, 유유자적으로 풍경 속을 거닐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디자이너는 므아므의 2025 S/S패션 '올 젠더(ALL Gender)' 전시를 선보인다.
시간을 더해 그 가치를 느끼며 오래도록 소장하고 싶은 컬렉션을 만들고자 아카이브를 쌓아가고 있는 브랜드답게, 성별 구분 없이 공유할 수 있는 컬렉션을 소개한다.
박 디자이너는 "이제 더 이상 젠더를 나눠 줄 세우는 방식은 지났다. 파워 숄더에 오버 사이즈가 처음 나타났을 때, 바로 이거다! 라며 모든 여성들이 하나같이 선망했던 시대가 있었다"며 "여성은 남성의 파워풀함을 입을 수 있고 남성은 여성의 섬세함을 입으며 공유할 수 있는 룩을 선보인다. 여성이 구매했더라도 남성이 함께 공유할 수 있고, 아들 딸이 커가며 엄마 아빠의 옷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 브랜드야 말로 시간을 초월한 럭셔리 브랜드의 시작이자 지속가능한 브랜드의 대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큐레이터는 "박 디자이너는 패션도 하나의 예술로써, 미술품을 수집하는 것처럼 오래도록 간직하며 꺼내 입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지속가능한 패션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며 "패스트 패션을 지양하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소재와 제로 웨이스트 패턴 연구를 통해 지속 가능한 다양한 패션을 만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박 디자이너의 전시는 시상식 당일인 8일 하루, 배 작가의 전시는 8일부터 12월 13일까지 열린다. 053-426-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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