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킹달러의 귀환] 백악관으로 한발 다가선 트럼프…'환율 리스크'로 기업들 불안

환율 1천400원 돌파 눈앞…국내 기업 원자재가 상승 걱정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8원 오른 1,390.5원에 개장했다. 연합뉴스
2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8원 오른 1,390.5원에 개장했다. 연합뉴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 경제가 불확실성이라는 격랑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1천4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소비심리 개선 등 경제지표 호조가 이어지면서 달러 강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기준 1천308원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은 1개월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28일 장중 1천391.5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천390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7월 22일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기축통화의 지위를 누리는 달러의 강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다른 통화의 가치는 하락하는 반면, 달러의 가치만 오르는 '킹달러' 현상을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산업계도 환율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 중심의 기업들에게 호재로 작용했으나, 원자재 가격 상승을 동반하는 탓에 악재가 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입장에서 더 이상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대구의 한 직물생산 기업 A사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물류에 차질이 빚어진 가운데, 환율이 오르는 이중고에 처했다. A사 대표는 "한 달이면 중동, 유럽으로 가던 물량이 7개월이나 늦어지고 있다. 물량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게다가 환율 상승으로 원자재 구매를 포함 고정비 지출이 크게 뛰어 재정적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환율 상승·하락이 반복되고 변동 폭도 커지고 있지만 지역 기업의 대응력은 낮은 편이다. 실제 대구상공회의소가 이달 초 지역 내 제조업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인한 피해를 묻는 문항에 30.9%가 '환율변동·결재지언 등 금융리스크'를 꼽았다. 다만 대응책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는 기업은 절반 이상인 50.6%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환헤지'(환율 변동 위험을 없애는 거래 방식)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등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곽동철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정학적 갈등과 정권 교체 등 불확실성이 큰 시기를 보내고 있다. 환헤지 관련 보험에 사전에 가입하거나, 기업 자체적으로 결제 방식이나 시점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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