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가 늦게 도착하는 일이 잦아 승객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은 '최고의 정시성(定時性)'을 홍보하고 있지만, 실제 정시율은 감소하고 있다. 특히 고속열차인 KTX의 연착은 일반 열차보다 빈번하다. 올해 개통 20주년을 맞은 KTX는 속도만큼이나 진화했지만, '지각 열차'란 오명을 쓰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코레일에서 받은 '2023년 열차 정시 운행률 분석 결과 보고'를 보면, 지난해 코레일의 KTX와 일반 열차를 합한 정시율은 88.92%(고객서비스헌장 기준)였다. 고객서비스헌장 기준에 따른 정시율은 2020년부터 감소했다. 특히 KTX의 정시율은 2022년 82.33%에서 지난해 79.11%로 떨어졌다. KTX 5대 중 1대꼴로 연착(延着)했다는 뜻이다.
코레일은 지난해 안내 책자에 '정시 운행률 99.46%(UIC 기준 )'라며 높은 정시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통계는 국제철도연맹(UIC)과 코레일 고객서비스헌장 간의 상이(相異)한 기준에 따른 과장된 수치란 지적을 받고 있다. '여객열차의 정해진 시각보다 KTX는 5분 이상, 그 외 여객열차는 10분 이상 늦지 않도록 운행하겠습니다'라는 게 코레일의 고객서비스헌장 이행 기준이다. 반면 UIC 기준은 열차 종류에 관계없이 16분 미만으로 도착하면 정시 도착으로 여긴다. 결국, 코레일은 스스로 만든 서비스 기준을 어겨 놓고, '국제기준'을 내세워 자랑했던 것이다.
열차의 정시 운행은 고객과 약속이다. 열차가 연착하면, 고객들은 지각 출근을 하고 출장 일정을 망친다. 그런데도 연착에 따른 고객 보상 기준은 '지연 시간 20분 이상'부터다. 이는 UIC 기준보다 느슨하다. 열차 지연 이유로 이용객 증가에 따른 승·하차 시간 증가, 선로 공사로 인한 서행, 노선 포화(飽和) 등이 지목되고 있다. 코레일은 원활한 승하차를 위해 플랫폼에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열차 운행 시간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할 것이다. 정시성 확보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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