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맨발걷기길, 부직포 걷어내야"…일부 주민들 감사원에 진정서까지

"정전기 발생해 접지 효과 떨어져" 공사 시정 요구
동구청 "배수 돕는 부직포 설치 불가피…시민 안전 우려도"

28일 오후 방문한 금호강변 제방 황토 마사길. 한 시민이 우산을 쓰고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김유진기자
28일 오후 방문한 금호강변 제방 황토 마사길. 한 시민이 우산을 쓰고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김유진기자

대구 동구청이 최근 금호강변에 조성한 맨발걷기길에 대해 일부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구청이 황토와 마사토가 비에 휩쓸려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한 부직포가 맨발걷기 효과를 떨어뜨린다는 이유에서다.

동구청은 맨발걷기 열풍에 따라 사업비 24억9천5백만원을 들여 지난 2022년부터 '금호강변 제방 황토 마사길 조성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 2월 공항교에서 화랑교를 잇는 3.37㎞ 구간의 공사가 먼저 마무리됐고 화랑교에서 율하천교를 잇는 1.87㎞의 남은 구간은 28일 준공됐다. 이로써 금호강변 제방을 따라 총 5.24㎞에 이르는 구간에 황토 마사길이 조성됐다.

마사길 전 구간에 부직포를 까는 공사가 진행되면서 맨발걷기 동호인을 비롯한 일부 주민들은 공사 시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부직포 위에 흙을 덮는 식으로는 이른바 '접지효과(Earthing)'를 기대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부직포와 같은 인공물이 흙길에 깔리면 접지가 불가능하고 오히려 세균 증식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주민은 지난달 3일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공사 시정 요청을 제기하기 위해 감사원 대구사무소에 진정서까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강 마사길 인근에 거주하고 있는 최원일씨는 "부직포를 깔면 정전기가 발생해 접지효과가 떨어진다고 들었다"며 "주민들이 원해서 하는 사업인 만큼 지금이라도 주민 취향에 따라 일부 구간은 황톳길로 조성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맨발걷기길 조성방식을 둘러싼 지자체와 주민 갈등 사례는 최근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3일 발바닥이 맨땅에 닿을 수 있도록 부직포 등 인공적인 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것을 권고하는 '맨발산책로 조성 및 관리 가이드라인'까지 마련하기도 했다.

동구청은 금호강변 특성상 부직포를 까는 지금의 공사방식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금호강변 제방은 인공 제방이기 때문에 배수를 도와주는 부직포를 설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황토와 마사토로만 흙길을 만들면 비가 내릴 때 땅이 움푹 파여 시민 안전을 해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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