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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강타한 대출 규제…서울·수도권 집값 오를 동안 비수도권은 하락

9월 서울 0.79% 상승, 대구 –0.29%
갈팡질팡하는 정책에 계약 취소 속출
부동산 시장 심각성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중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 A씨는 최근 계약 과정에서 낭패를 봤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 협의를 마치고 가계약금을 넣기 직전에 정부가 디딤돌 대출을 축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계약이 취소된 것이다.

A씨는 "정부가 갈팡질팡하는 모습에 수요자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현장에서는 즉각적으로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디딤돌 대출이 적용되는 6억원 이하 매물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시중은행 금리가 오르자 부동산 시장 심리도 크게 위축됐다"고 말했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대구 주택시장이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로 또 다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대출금리가 인하되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집단대출과 정책대출까지 규제 대상으로 떠오르자 주택 구매를 망설이는 분위기다.

대출 규제 움직임은 2금융권으로도 확산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에 이어 신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농협중앙회도 다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 제한 조치를 발표하겠다고 밝히면서 자금을 마련하기가 더욱 힘들어진 것이다.

특히 정부의 대출 규제는 비수도권 주택시장을 더욱 옥죄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비수도권의 주택 가격은 일제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한국부동산원의 지역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 변동률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직전 달보다 0.23% 오른 반면 대구는 0.29% 하락하며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반면 서울(0.79%), 경기(0.43%), 인천(0.37%) 등 수도권은 상승 흐름을 보였다. 비수도권 가운데 상승이나 보합을 이룬 곳은 전북(0.14%), 울산(0.06%), 강원(0.04%), 충남(0.00%) 등 4곳에 그쳤다. 전국 평균치(0.23%)보다 높은 곳도 수도권뿐이었다. 나머지 10개 시도는 일제히 가격이 하락했다.

대구 부동산 시장의 심각성은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24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등을 대상으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전국적으로 악성 미분양 물량이 1만6천가구에 이르는데, 이 중 대구가 1천600가구로 10%를 차지한다"며 "이런 수치를 보면 대구가 굉장히 위급한 상황이다. 금융 정책과 관련해 서울 상황을 보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대구는 더 어려워진다. 제한적이더라도 관련 정책을 별도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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