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지정 '국제 돌봄의 날'을 맞은 29일, 전국 각지에서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요구 기자회견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렸다. 대구 지역 돌봄 노동자들도 기자회견을 통해 돌봄의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는 이날 오전 10시30분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10‧29 국제 돌봄의 날 전국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유엔은 지난해 7월 총회에서 10월29일을 '국제 돌봄과 지원의 날'로 지정했다. 돌봄의 공공성 강화와 돌봄 노동의 가치 인정, 돌봄 노동자의 권리보장 필요성 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국가의 돌봄 책임성 강화 ▷돌봄 노동 가치 재평가를 위한 실질적 제도 마련 ▷돌봄 노동자 처우개선 등을 촉구했다. 노조는 본격적인 주장에 앞서 우리 사회가 돌봄 노동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저평가하고, 이에 따라 돌봄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 요원한 상황을 지적했다.
김후연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대경지부 부지부장은 "대한민국은 '초저출생 초고령사회'로 국가 소멸의 위기와 급격한 노인 인구 증가로 돌봄 수요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돌봄 노동을 저급한 노동으로 인식했고, 결국 돌봄 인력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돌봄 관련 재정은 국가가 담당하면서 공급은 민간시장에 맡겨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민간사업자들은 폐업이 빈번할 정도로 심한 경쟁에 놓여있고, 돌봄 노동자들도 이에 휘말려 낮은 처우와 열악한 근무조건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돌봄 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휴게시간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며 일하지만 대부분 최저임금을 받는다. 임금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아 경력에 따른 임금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 이용자에게 폭행‧성추행 피해를 입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점 등도 문제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이용자들이 받는 돌봄 서비스의 질도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노조 측 우려다.
요양원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는 박봉금 요양보호사는 "어르신의 존엄성을 지켜드리면서 돌보려면 요양보호사 1명당 어르신 1.5명 정도가 배치되는 게 적당하지만 현실은 적어도 8명, 많게는 20명까지 돌봐야 한다"며 "식사 시간에 이리 뛰고 저리 뛰다 정신없이 음식을 먹이면 어르신을 학대하는 꼴밖에 되지 않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고 털어놨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대구와 서울, 경기 등을 비롯해 전국 10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각 지역의 돌봄 노동자 대표들은 기자회견 종료 이후 세종시에 위치한 보건복지부 청사에 모여 장기요양위원장(보건복지부 1차관) 면담을 요구하는 무기한 천막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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