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에 가서 라면 먹고 갈래?" '구미에 가면 공장에서 갓 튀겨낸 라면을 먹을 수 있어. 구미에는 국내 최대 라면공장이 있고 세계에서 유일한 라면축제가 벌어지고 있어... 구미에 라면 먹으러 가자!'
구미에 차려진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레스토랑'에선 ▷금오산 볶라샌드, ▷칠리라면타코, ▷컵라면볶음밥, ▷치즈돈까스라볶이,▷불맛대패라면, ▷삼보해물라면, ▷통오징어해물라면, ▷꽁냥꽁냥앗싸 ▷가오리라면, ▷우삼겹소불고기김치라면, ▷소토시살큐브스테이크볶음면, ▷우삼겹미고랭라면, ▷야채곱창라면, ▷한우곱창스지라면,▷브랏부어스트짜장라면, ▷육전신라면, ▷돌빡라면, ▷육회비빔라면, ▷물라면 등 세상에 없는 진귀하고도 다양한 라면요리를 먹을 수 있다.
◆라면은 연인을 맺어주는 사랑의 메시지
라면을 함께 먹으면 '영화'속 연인처럼 될 수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라디오PD 은수(이영애)는 사운드엔지니어 상우(유지태)와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러 다니다가 '썸 타는' 사이가 된다.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어느 날 차를 타고 바래다 주는 상우에게 은수는 '라면 먹을래요?'라며 유혹한다. 라면은 영화에서 사랑을 불붙게 한 메신저였다. 라면으로 맺어진 사랑은 쉽게 식어버리기도 하는 것일까? 어느 날 그녀는 느닷없이 '우리 헤어지자. 헤어져'라며 이별을 통보하고, 상우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봄날은 간다> 이후 라면은 연인을 맺어주는 사랑의 메시지가 됐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구미라면축제'도 라면을 통해 맺어진 수많은 사랑과 이별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나 않을까.
'인스턴트 라면'은 중국에서 시작돼 일본을 거쳐 '한국화'된 국수의 하나지만 중국 국수 '랍면'(拉麵)과 '일본 라멘'과 다른 독자적인 'K-라면'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도 한우 채끝 등심을 구워 올린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K-라면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매운불닭면'도 K-컬쳐 열풍에 힘입어 인기 K-라면 메뉴의 하나로 등극했다.

6.25전쟁을 겪고 난 직후 가난과 배고픔을 해결하는 '구휼식품'으로 도입된 라면이 어느새 한국인의 영혼을 담은 세상 '소울푸드'(soul food)가 된 것이다. 유명 셰프들의 요리대결을 다룬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인기에 힘입어 라면을 주재료로 육류와 해산물 등을 첨가한 나만의 라면요리 만들기도 새로운 요리 트랜드가 됐다.
대구에 '치맥축제'가 있다면 구미엔 '라면축제'가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세계적인 치맥과 K-치킨 열풍을 선도했지만 이제 대세는 K-라면이다. 세계인이 K-라면에 빠져들고 있다. 김해공항 국제선 출국장에는 'K-라면바'식당이 출국여행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구미는 라면성지
구미가 'K라면 성지'가 된 것은 구미에 K라면의 대표주자격인 신라면 최대 생산공장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1991년 전자 등 첨단산업이 들어선 구미국가산업단지에 농심이 라면 생산공장을 준공한 것은 뜻밖이었다. 농심 구미공장은 농심의 6개 국내생산기지 중 하나지만 국내 신라면 생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단일공장으로 세계 최대생산량을 자랑한다.
반죽 등 원료 혼합부터 압연, 절출, 증숙, 절단, 유탕, 냉각, 포장에 이르기까지 제조 전체 공정이 지능형공장시스템(IFS)으로 관리하면서 연간 약 15억 개의 라면을 생산하면서 구미를 라면 성지로 자리잡도록 하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농심의 신라면 매출은 2년 연속 1조원을 돌파했다.

라면은 사실 '박정희시대'가 남긴 위대한 유산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보릿고개'를 겪고 있던 1950~60년대 미국의 구호원조물자인 밀가루를 활용해서 기름에 튀긴 '값싼' 인스턴트라면의 탄생은 보릿고개를 극복하는데 큰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쌀생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당시 통일벼를 개발, 쌀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고 분식과 혼식장려운동을 펼쳤던 박정희 시대는 라면소비를 획기적으로 늘렸다. 국내에 첫 라면을 출시한 것은 삼양라면이었다. 그러나 삼양라면은 출시 초반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한다.
군사혁명을 통해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은 식량난을 해소하기위해 혼·분식 장려 정책을 펼쳤다. 첫 출시된 삼양라면은 일본라면처럼 육수가 느끼했다고 한다. 이 라면을 시식한 박 대통령이 '한국 사람들은 매운 맛을 좋아하니 고춧가루를 넣어서 맵고 짜게 하라'는 애정어린 조언을 하면서 오늘날과 같은 K-라면이 탄생했다는 비화가 알려지는 등 K-라면의 상장에도 박정희의 후광이 감춰져있었다.

◆국내최대 농심공장
삼양에 이어 농심도 라면사업에 뛰어들었다. 80년대 말까지 압도적 1위를 차지하던 삼양은 1989년 공업용 '우지파동'으로 결정타를 맞았고 그때부터 농심이 선두업체로 나섰다. 너구리와 안성탕면 신라면 짜파구리 등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대한민국 대표라면으로 각인된 것이다.
K-라면의 성장은 이처럼 박정희 시대 보릿고개의 고통을 극복한 성공신화와 함께 했다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함께 한다. 그런 면에서 '하면 된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한강의 기적과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거대한 뿌리가 있는 구미가 K-라면의 성지가 된 것을 그저 우연한 일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한국은 1인당 라면 소비량에서 세계 최고다. 구휼식품으로 등장한 라면이 어느 사이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뗄 수 없는 '소울푸드'가 된 지 오래다. 라면은 등산을 가거나 야구경기를 보러가거나 혹은 해외여행을 가더라도 빼놓을 수 없는 필수 휴대품이 됐다.
이젠 라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중국이 지방마다 다양한 면(麵)을 자랑하는 국수 천국이라지만 중국은 K라면 최대 수입국이기도 하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은 무엇일까? 구미라면축제에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농심 구미공장에서 당일 튀겨낸 라면을 직접 끓여먹을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신선하고 맛있는 라면이 있을까? 유명 셰프들이 '세상에서 가장 긴 레스토랑'에서 끓여주는 다양한 재료들을 첨가한 각양각색 라면도 맛있지만 나만의 레시피로 오늘 갓 생산된 라면을 끓여먹는 것보다 색다르고 맛있는 라면은 없다.
갓 나온 신상라면을 먹을 수 있는 곳은 '갓랜드'다. 이곳에서 그날 생산된 신상라면을 구입, 셀프조리코너에 가서 직접 '갓라면'의 맛을 은밀하게 나홀로 맛보기를 추천한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구미라면축제'는 11월1일~3일까지 구미역 앞 역전로에서 열린다. 한국인이라면 꼭 한 번은 가서 맛봐야 할 라면의 정수가 다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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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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