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임 100일' 맞은 한동훈,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 언제쯤

대통령실과 차별화에 집중하며 여권 내 분열 '파열음'
계파 정치 없다 했으나 친한계 모임 주도
집권여당 대표의 정책, 공통공약추진단 통해 구현되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 입법과제 점검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 입법과제 점검 당정협의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7·23 전당대회에서 약 63%의 득표로 집권여당 당권을 잡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변화와 쇄신을 앞세워 당의 개혁 드라이브를 걸었던 한 대표는 여당 내 야당 노선을 걸으며 대통령실과 차별화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야권의 대대적 공세에 맞닥뜨린 김건희 여사 문제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를 시도했고, 당정 지지율 하락의 악조건 속에서도 지난 16일 재·보궐선거에서 부산 금정, 인천 강화를 지켜냈다.

하지만 한 대표가 원외 대표로서 당 주류와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무리한 차별화 시도로 당내 갈등과 분열을 초래해 당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거대 야당의 대통령 탄핵 공세 앞에 강력한 투쟁력을 보이기보다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면담하는 등의 방법으로 취약한 당내 리더십을 보완하려 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보수 정가에서는 한 대표가 보수 정당의 대표로서 무게감을 갖추고, 아직 2년여 기간이나 남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앞장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 언제쯤

한동훈 대표의 지난 100일에 대한 평가는 한 대표 자신이 당 대표를 수락하며 밝혔던 연설문을 통해 비춰볼 때 더욱 선명해진다.

한 대표는 당정 관계와 관련,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한 대표는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특별감찰관 도입 등 민심에 맞닿은 목소리를 내며 여권의 위기를 돌파하려고 하고 있다.

다만 사전 조율, 협의 없는 차별화 시도로 여권 내 의견 일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윤 대통령과의 독대 요청 논란이 부각되며 보수 진영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부채질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 대표가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윤 정부의 유능함을 국민께 성실하게 설명해 국민 사랑을 받겠다"고 밝힌 대목도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한 대표는 당시 윤 정부의 유능함 사례로 ▷한미 동맹을 핵 동맹으로까지 발전 ▷원전 산업 재건·체코 원전 건설 수주 ▷화물연대 등 불법적 파업 단호 대처 등을 꼽으며 당원들에게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강조하며 호평했다.

하지만 이후엔 정권의 유능함보다 대통령실, 정부, 집권여당 간 정책 엇박자만 부각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당내 소통 분야에서도 한 대표의 분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당내 이견이 있을 때 당원·동료에 설명·경청하고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특별감찰관 추천 등 당내 이견이 우려되는 이슈들을 원내와의 조율 없이 제시한 뒤 정당성을 강조하며 수용을 요구하는 등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 대표가 당 대표 수락 연설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이 앞으로 친한이니 이런 친 누구니 하는 정치 계파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최근 한 대표가 친한(한동훈)계 모임을 여러 차례 주도하며 사실상 당내 친윤(윤석열)계와의 힘겨루기에 나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당 대표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신임 당 대표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제4차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수락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통공약추진단, 성과 낼까?

거대 야당의 공세를 막는 국면에서도 한동훈 대표의 분발이 요구된다. 한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민주주의 위협 세력에 단호하게 대항해 이기는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취임 후 현재까지 거야(巨野) 대응보다 여권 내 권력 투쟁에 한 대표가 더 많은 에너지를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자신의 여권 내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의 회담을 활용, 정치적 체급 키에 급급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대표가 이재명 대표와의 2차 회담을 예고한 가운데 민생 현안이 아니라 야권의 대통령실 공세에 코드를 맞춘 의제를 다루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보수 정가의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집권여당 대표로서 한동훈 대표의 색깔도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다만 한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처음 만나 도출한 공통공약추진단이 지난 28일 정식 출범한 만큼 향후 어떤 성과를 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 대표는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원전 등 에너지, 방산산업 등 대한민국의 우상향 성장을 이끌 수 있는 과제들을 제시하고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민생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을 최우선으로 실현하겠다", "청년 세대들에게 활로를 뚫어드리는 방법을 해내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풀뿌리 정치 시스템 재건(지구당 부활 등) ▷특권 폐지를 통한 과감한 정치개혁 등을 실천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법 개정이 필요한 지구당 부활과 관련해서는 원외 당원협의회 의견 수렴 등이 아직 진행되고 있고, 정치개혁 어젠다는 공통공약추진단을 통해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당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점은 한 대표의 고민거리다. 그는 "민심 이기는 정치 없다. 민심과 싸우면 안 되고 한 편이 돼야 한다"고 외쳤지만 당 지지율(한국갤럽 기준)은 취임 당시 35% 수준으로 더불어민주당보다 앞서던 것이 최근 28%(10월 3주), 30%(10월 4주) 등으로 민주당보다 낮거나 동률을 기록하는 등 답보 상태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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