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발 빼는 민주당, ‘정치 쇼’ 했나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 구성이 더불어민주당의 발 빼기와 의료계 내분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의대 정원 증원 문제로 빚어진 진료 공백 사태는 8개월을 넘어섰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핵심 의사 단체들은 '협의체 불참'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공의 불참'을 이유로 협의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의사들이 참여하기로 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도 난항"이라며 "'어떤 의제(議題)는 말할 수 없다. 내년 정원은 이미 끝났다. 그 얘기를 하려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태도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을 설득하기는커녕 그들의 주장을 앞세워 정부에 책임을 떠넘긴 것이다. 앞서 이 대표와 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의 회동 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두 단체(협의체 참여 뜻을 밝힌 대한의학회와 의대·의전원협회)는 의사들을 설득할 만한 권위가 없다" "현시점에서 참여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협의체 구성을 먼저 제안한 쪽은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의정 갈등' 이슈를 선점(先占)하려 하다가 해결이 어렵자, 꽁무니를 빼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공의 불참을 빌미로 야당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은 애초부터 문제 해결 의지가 없었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 앞에서 '정치 쇼'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료계는 '전공의 대표와 불화' 등의 문제가 불거진 임현택 의협 회장 탄핵과 새로운 전공의 단체 구성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종교 지도자들과 거점국립대 총장들은 '자율적 의대생 휴학 승인'을 허용할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의료대란 종식(終熄)을 위해 여야의정 모두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의정 갈등이 길어지면서 진료 공백은 물론 의대생 유급·휴학 문제, 전공의 수련·전문의 배출 차질 등 파장이 심각하다. 의협과 전공의가 없는 '반쪽 협의체'라도 빨리 출범해야 한다. 민주당이 나서면 가능한 일이다. 거대(巨大) 야당의 힘은 이럴 때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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