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요즘 죽을 맛이다. 수십 년간 크고 작은 위기에도 착실히 공장을 키워 왔는데 올 들어 경험하는 경제 상황은 사뭇 달랐다. A씨는 "돈이 말랐다. 공장 매물(賣物)이 쏟아지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동료들도 여럿 봤다. 부동산이 얼어붙으면서 파장이 산업 전반에 몰아친다"고 털어놨다. 급증하는 가계 부채나 '저성장의 늪'을 걱정하게 만드는 경제성장률 문제가 아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중에 돈이 돌 것으로 기대했지만 오히려 상황이 나빠졌다. 특히 금융권이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가뜩이나 쩍쩍 갈라지는 마른논 같던 지역 경제가 아예 사막으로 변할 지경이다.
지역 주택시장은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로 혼돈에 빠져들었다. 지역별 여건에 따른 맞춤형 규제를 목이 아프도록 외쳤건만 오히려 돈줄을 죈다. 집단대출과 정책대출까지 규제의 도마에 올려놓겠다는 움직임에 지역민들은 아연실색(啞然失色)한다. 가계대출이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우려되자 그쪽 주택담보대출마저 잠글 태세다. 문제는 수도권, 특히 서울 집값인데 곡소리가 나는 곳은 비수도권이다. 지난달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으로 비수도권 집값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아파트 가격은 수도권 상승세 때문에 전월보다 0.23% 올랐지만 대구는 0.29% 떨어져 전국 최대 하락 폭을 보였다.
돈 흐름을 만드는 부동산이 동맥경화에 걸리자 경제 전반은 마비 상태다. 내수 부진으로 자영업자들은 한계에 내몰렸고, 기업경기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세수 부족으로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나눠주는 교부금(交付金)마저 대폭 삭감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비수도권은 비명을 내지를 판이다. 수도권과 차별화한 부동산 정책이 그렇게 어렵다는 말인가. 아니면 그럴 만한 의지조차 없는 것인가. 누구를 위한 규제인지 따져 물을 수밖에 없다. 경제 살리기도 때가 있는 법이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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