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은 과거 출산에 대해 깊이 고민한 적이 있었다. 현실의 무거움 앞에서 새로운 생명을 이 세상에 데려오는 것이 과연 옳은지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남편이 말했다.
"세상엔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여름에는 수박이 달고, 봄에는 참외가 있고, 목마를 때 마시는 물도 달잖아. 그런 것들, 아이에게도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도 들려주고, 눈 오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그의 이 말에 한강은 깊이 웃으며, 다른 것은 몰라도 여름의 수박이 달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순간 그녀는 사랑하는 아이에게 그 달디단 여름 수박을 먹여주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우리는 일상의 작은 행복을 너무 당연하게 여길 때가 많다. 빗소리를 들으며 느끼는 봄의 평온함, 여름밤의 낭만, 가을 단감을 맛보는 기쁨, 겨울의 첫눈을 보며 느끼는 설렘. 이런 작은 순간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평범한 일상은 안전이 보장돼야만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축복이다. 그리고 그 안전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올해 11월은 1967년 이래 77회째를 맞는 '불조심 강조의 달'이다. '화재로부터 안전한 나라, 국민과 함께하는 불조심 환경 조성'을 목표로 소방청을 비롯해 전국 19개 시도 소방본부가 국민의 화재 예방 의식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11월은 1년 중 화재 예방과 안전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는 시기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전기장판, 전기히터, 전기열선 같은 3대 난방 기구 사용이 늘고, 이에 따라 화재 발생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점검이 필수적이다. 매년 이맘때 우리는 화재 예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더욱 주의해야 한다.
특히 공동주택(아파트 등)에서는 방화문을 항상 닫아둬야 한다. 화재 시 방화문은 불길과 연기의 확산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세대 내 피난기구 설치 상태도 점검하고 사용법을 익혀 두어야 하며 온 가족이 모여 '우리 집 대피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공동주택이 아닌 가정에서는 화재를 조기에 감지하고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감지기)을 반드시 구비해야 한다. 화재 발생 초기에 소화기를 적절히 사용하면 소방차 한 대에 맞먹는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소화기는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하여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평소에 소화기 사용법을 충분히 익혀 두는 것이 중요하다.
'곡돌사신(曲突徙薪)'은 굴뚝을 구불구불하게 만들고 굴뚝 옆의 땔나무를 옮기라는 말로 '위험을 미리 예방하여 재앙을 피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런 지혜가 필요하다. 불행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지만, 미리 대비하고 예방하는 노력이 있다면 그 피해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 이런 예방의 노력은 평온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힘이 된다.
안전은 공기처럼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안전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우리는 서로를 돌봄으로써 인간다움을 지킬 수 있다"는 알베르 카뮈의 말처럼 우리 각자의 작은 실천이 모여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 수 있다.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가을 단감처럼 달콤한 순간들을 오래도록 누릴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오늘도 함께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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