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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논란’ 맹견기질평가 시행 1년 늦춰져… 전문가 “제도 보완 필요”

맹견 52마리 중 최종 신청견 12마리 불과
대구시 "신청 거부한 견주 설득 마치겠다"
1년 뒤 같은 일 반복될 수도… 전문가, 실태조사 요구 "제도 보완 필요"

대구 동성로에서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은 대형견이 시민들에게 공포심을 주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 동성로에서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은 대형견이 시민들에게 공포심을 주고 있다. 매일신문 DB

개물림 사고 예방을 목표로 지난 26일 시행 예정이었던 맹견사육허가제가 견주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 속에 1년 늦춰졌다. 전문가들은 내년 시행 전 계도기간 동안 비용문제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30일 대구시에 따르면 맹견의 견주는 기질 평가를 마치고 사육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실제 신청자는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기질 평가 비용이 한 마리에 25만원에 달하는 데다, 신청 전 받아야 하는 중성화 수술의 비용은 100만원을 호가해서다. 이날 기준 대구시에 접수된 기질 평가 신청견은 12마리. 평가 대상인 대구 맹견 52마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기질 평가에 통과하지 못한 맹견에 대해 안락사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점도 견주들의 참여를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결국 농림축산식품부는 1년간 맹견사육허가제의 계도 기간을 두고, 사육 허가를 받지 않은 견주를 내년 10월 26일까지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맹견 소유자들의 부담감이 높은 데다, 각 지자체의 현장 여건을 고려했을 때 당장 도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계도 기간 중에도 견주들이 허가를 신청할 경우, 정상적으로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이미 지난 24일 첫 번째 기질평가를 실시했고, 평가에 참여한 3마리의 맹견 모두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미 신청을 마친 맹견들에 대한 기질 평가는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라며 "신청을 거부한 견주들도 계도 기간 내에는 모두 신청을 마치도록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도 기간을 제도 보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견주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지자체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신청을 거부한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기창 대구보건대 반려동물보건관리학과 학과장은 "견주들이 신청하지 않는 이유를 정정확하게 모른 채 계도 기간을 두면, 1년 뒤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될 것"이라며 "수술 비용이 부담된다면 지역 수의사회와 대책을 논의하고, 기질평가를 통과하지 못할까 걱정한다면 훈련사협회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문제 상황에 꼭 맞는 대책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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