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전을 돕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 철수를 위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를 기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현재까지 침묵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한 탓에 중국의 영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미국, 중국 설득 중
CNN은 29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중국을 상대로 '북한 압박에 나서달라'고 설득 중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의 파병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 정세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중국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움직임을 끌어내기 위해 국제사회의 다른 국가들에도 중국 설득에 나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위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관계 당국에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미국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중국에 북한의 파병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확실하게 전달했다"며 "러시아와 북한의 불안한 행위에 대해 인접국인 중국도 우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전통적인 혈맹 관계라는 점 때문에 김정은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도 이 같은 미국의 시각을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북러 야합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파병에 대해 편하지 않은 심정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며 "한미일 3국은 중국이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적 행동에 대해 좀 더 건설적인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실제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할지에 대해선 부정적인 전망이 적지 않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은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대외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물밑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북한군 파병 문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가 최근 군사협력을 포함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속도로 밀착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중국은 침묵 모드
중국 종전 공식 답변을 되풀이하거나 '모른다'고 답하는 등 거리를 두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브리핑에서 최근 북러 군사 협력에 대한 질문에 즉답하지 않은 채 "우크라이나 위기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고 말했다.
해당 질문은 구체적으로 "미국 안보 당국자가 '1만명의 북한군 병력이 훈련 중이고 고위 장성을 포함한 북한군이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될 수 있다'고 했는데, 중국은 한국이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 부른 북러 군사 협력에 어떤 입장인가"라는 내용을 담았다.
린 대변인은 "각 당사자가 국면 완화를 추동하고,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힘써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고, 중국은 이를 위해 계속해서 건설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북한군의 러시아 배치에 관해 중국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나 '북한의 파병으로 더 긴장될 한반도 정세에서 중국이 할 수 있는 역할' 등 후속 질문에도 직접적인 답변 대신 "중국은 시종 반도(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와 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 추동이 각 당사자의 공동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식해왔다"고만 언급했다.
린 대변인은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 내 북한군 배치에 관해 논의했다고 했는데 공유할 내용이 있는가"라는 취재진 질문에는 "나는 관련 상황을 알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경제·무역 등 영역을 중심으로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북한이 러시아에 바짝 다가서고 '준(準)동맹' 성격의 조약까지 맺은 가운데 중국으로서는 '한미일 대 북중러' 같은 서방과의 대결 구도에 끌려들어 가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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