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재봉 칼럼] 일론 머스크와 규제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
함재봉 한국학술연구원장

테슬라, 스페이스X, 스타링크, 엑스(트위터) 등을 소유하고 있는 세계 1위의 갑부 일론 머스크가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슈퍼팩(슈퍼 정치행동위원회)에 매달 4천500만 달러(약 62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공언하고 경합주 주민들 중 미 수정헌법 1, 2조 지지 청원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하여 매일 100만 달러(약 14억원)를 주겠다고 선언한 후 트럼프와 동반 유세를 시작하였다. 트럼프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머스크는 원래 열성 민주당 지지자였다. 전기자동차와 우주탐사를 적극 지원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다. 테슬라는 환경주의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 미국의 환경주의자들의 절대 다수는 민주당원들이다. 전기자동차의 확산을 누구보다도 강조해온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적극 지지하였다. 그렇다면 머스크는 왜, 언제부터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하기 시작하였나?

정부 규제 때문이다. 2021년 8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기자동차의 확산을 축하하고 권장하기 위해 '전기자동차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 회의에는 GM, 포드, 스텔란티스가 초대되지만 정작 테슬라는 초대받지 못한다. 당시 GM의 미국 전기자동차시장 점유율은 1.5%, 포드는 1.3%에 불과했고 스텔란티스는 0%였다. 테슬라가 초대받지 못한 것은 민주당의 막강한 지지 세력인 미국 자동차노조(UAW)의 반대 때문이었다. 테슬라가 자동차 노조의 지부 결성을 반대하였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머스크는 민주당의 환경주의자들이 환경 보호의 이름으로 전기자동차를 적극 장려하면서도 정작 환경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자신의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를 무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면서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다. 그리고 이번 대선에서는 바이든의 후계자인 해리스 대신 트럼프를 적극 밀기 시작하였다.

최근 머스크는 캘리포니아해안위원회(California Coastal Commission)와 법정 분쟁을 시작하였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로스앤젤레스 북쪽의 밴덴버그 공군기지(Vandenberg Air Force Base)에서 매년 36회 인공위성을 발사해 왔다. 최근 스페이스X는 발사 회수를 1년에 50회로 늘릴 것을 결정하고 밴덴버그 공군기지를 운영하는 미국 국방성의 허가를 받은 다음 캘리포니아해안위원회의 허가를 신청하였다. 그러나 위원회는 환경에 대한 위협, 그리고 머스크가 트럼프를 지지하면서 적극적으로 정치활동을 시작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허가를 거부하였다. 그러자 머스크는 위원회를 고소하였다.

머스크는 최근 다양한 석상에서 캘리포니아의 규제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한 자리에서 테슬라의 '기가공장'(Giga Factory)을 짓기 위해 텍사스에서는 인허가에서 완공까지 18개월 걸리는 반면 캘리포니아에서는 18개월 내에는 인허가 절차조차 끝낼 수 없다고 하였다. 중국에서는 인허가에서 완공까지 불과 16개월밖에 안 걸렸다는 말도 첨언하였다.

트럼프는 자신이 미국 대통령에 재선될 경우 머스크를 '규제개혁 차르'에 임명하겠다고 한다. '차르'(czar)란 제정 러시아의 황제에 대한 호칭으로 미국에서는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는 정부 관리를 호칭하는데 쓰인다.

실제로 머스크는 2022년 10월 트위터를 인수하여 'X'로 회사 이름을 바꾼 후 트위터 인력의 80%를 감원하였다. 개인회사인 스페이스X는 미국의 항공우주국 나사(NASA) 예산보다 훨씬 적은 액수로 나사도 못하는 우주탐사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역사상 최초로 우주선 발사체를 발사한 후 폐기시키지 않고 발사대로 되돌아오도록 하는데 성공하면서 우주 탐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트럼프는 머스크야말로 난마처럼 얽혀 있는 미국의 규제를 일거에 없앨 수 있는 적임자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트럼프가 과연 당선이 되고 머스크를 '규개혁 차르'에 임명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에서도 규제문제로 머스크와 같은 기업가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규제는 창의력과 효율성, 생산성을 죽인다. 미국 대선의 결과가 주목되는 또 한가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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