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론새평] 수명을 다한 ‘대입 3불(不)’ 정책

김종민 변호사(S&L 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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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 수능을 앞두고 교육과 대학입시의 의미를 생각한다. 서울의 강남 출신 학생들에 대해 '대학 입학 상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화제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낡은 수능제도와 1974년 시작된 고교평준화가 시대적 사명을 다했다는 것이다. 가치 창출의 원천이 문제를 해결하고 물건을 만들어 내는 능력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의미를 창출하는 능력으로 옮겨 가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에 수능 킬러 문항 논란은 시대착오적이다. 허리가 휘는 사교육비 부담은 해결될 기미가 없고 잠재 역량을 마음껏 발휘해야 할 우리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좁은 학원 골방에 갇혀 시들어 간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가도 의대와 상위권 대학을 향한 재수와 반수의 악순환은 멈출 줄 모르고, 대졸 미취업자 400만 명은 우리의 교육과 입시제도가 중병에 걸려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고교평준화를 근간으로 하는 독점적 공교육의 문제는 '경쟁 부재'와 '품질 저하'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도입되었지만 경쟁을 통한 붕괴된 공교육의 회복이 시급하다. 프랑스는 매년 바칼로레아(대학 입학 자격시험)가 끝나면 교육부가 전국과 지역 단위로 모든 고교의 석차를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를 통해 학부모와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고교입시를 치르는 일본도 '편차치'라는 형식으로 전국 고교의 성적이 공개된다. 공정한 경쟁 시스템이 있으니 공부 안 시키는 학교, 실력 없는 교사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뛰어난 교사가 우수한 학생을 가르치는 구조가 되면 사교육도 필요 없다. 실력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서로 배우고 선의의 경쟁을 하며 성장할 수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줄리언 사이먼은 창의적 인간이야말로 사회를 번영하게 하는 '근본 자원'이라고 했다. 20세기의 교육 목표가 모든 사람들에게 기본적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었다면, 21세기의 교육 목표는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회의 계층적 이동성이 낮아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진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박탈감이 커지면 사회의 에너지와 역동성은 급격히 떨어진다. 공정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의 기회 균등이 핵심이다. 사회 분열과 세대 간 갈등의 극복도 좋은 교육을 통해 누구든지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사회적 신뢰가 바탕이 될 때 가능하다.

본고사 금지, 기여입학제 금지, 고교등급제 금지라는 '대입 3불(不)' 정책은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될 수 없다. 한나 아렌트는 "악이란 시스템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라 했다. 중요한 것은 '시스템을 상대화'하는 것이다. 시스템의 요구에 적응하면서도 그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미국 대학들과 달리 각 지역별 독점 시스템 속에서 운영되는 미국 고등학교가 전반적으로 수준이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교육의 '생물학적 다양성'이 고교평준화라는 '국가적 독점'보다 훨씬 바람직하다. 대치동으로 상징되는 서울 강남 중심의 절대적 교육 환경의 불평등 문제는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지방 소멸 위기의 극복을 위해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의 고교입시 부활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의 지역 격차를 완화할 수 있고 우수한 지역 인재를 길러 내는 토대가 된다.

대학 본고사도 시행해 낡은 수능제도를 극복할 대안으로 만들고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기여입학제 또한 전향적으로 검토해 보자. 미국 하버드대 연간 예산 7조5천400억원의 8분의 1에 불과한 서울대 예산으로는 최고 수준의 교수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15년간 등록금이 동결된 가운데 국가재정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이 없지 않은가.

경쟁이 아름다운 세상이 되어야 한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한 사람이 대접받고 성공하는 사회가 공정한 사회다. 인구 소멸 시대에 국가와 개인의 경쟁력 확보는 낡은 틀을 깨는 교육 혁명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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