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2대 첫 국정감사를 '김건희 끝장 국감'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고, 이달 1일 약속대로 '민생'은 팽개치고 '기·승·전-김건희' 하면서 마무리 했습니다. 온갖 막말과 기괴한 행태만 이어졌을 뿐 '새로운 한 방'은 전혀 없었습니다. 억지스러운 주장과 '카드라' 만 난무했습니다.
그래도 민주당 입장에서 성공적(?)인 것이 있었다면, '국민들의 정신 건강이 상당히 많이 피폐해졌다'는 사실입니다. 덕분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보다는 감정 상태가 고조되어 "김건희"라는 말만 나오면 보수·진보, 좌·우 할 것 없이 스트레스 지수가 최고조에 달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어쩌면 우민정치(愚民政治)를 꿈꾸는 누군가는 "훌륭한 국감 전략이었다"고 자평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주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간'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현실의 군중(群衆), 대중(大衆)은 '감정적' '정서적' 입니다. 억지스런 주장과 선전·선동에 과도하게 노출되다보면 이성이 마비되어 "(내용은) 다 모르겠고, 괜히 짜증난다"는 반응이 나타나게 됩니다.
한마디로 질리게 됩니다.
우민정치를 꿈꾸는 세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이성의 회복이 요구됩니다. 이제 감정을 잠시 내려놓고 이성을 바탕으로 이번 국감을 되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김건희 여사는 고스톱으로 치면 타짜고, 야구로 치면 KBO 타율상감이다. 우사인 볼트가 100m 세계 신기록이 9초 58인데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일당의 매도 문자 후) 7초 만에 다 매도, 매수했다. '건사인 볼트' 아니냐"고 했습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민주당은 도이치모터스 사건 김 여사 무혐의 처분과 관련, 심우정 검찰총장 등을 탄핵하겠다고 예고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이 수사 지휘권을 박탈한 뒤로 검찰총장의 지휘권이 회복되지 않았던 탓에 심 총장 탄핵 주장은 너무나 억지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마구잡이 억지를 부린 것이 '이재명 민주당'이었습니다.
민주당이 심 검찰총장 탄핵 추진을 보류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온 것은 지난달 29일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20년 4월 시작돼 그동안 기소도 못하고 무혐의 처분조차 하지 않아 4년 6개월 만에 결론이 났습니다. 취임 두 달도 안 됐고 수사 지휘권도 없는 심 총장을 탄핵 소추할 사유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이재명 민주당'이 벌인 국감의 실체입니다.
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지난해 4월 김건희 여사와 국악인 원로들이 오찬 간담회를 할 때 국악인들이 가야금 등 연주를 한 것에 대해 "(청와대를) 기생집으로 만들어 놨다"는 치졸한 막말을 뱉어냈습니다.
대통령실을 담당하는 국회 운영위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26명을 증인으로, 행정안전위는 38명을, 법사위는 40여 명을 증인으로 채택했습니다. 결과는 '헛~탕'입니다. 지난달 21일 법사위 국감 때는 현직 영부인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처음으로 발부하고 이를 집행하겠다면서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찾아가 '생쇼'를 벌인 것이 민주당입니다.
이런 짓을 하느라, 국감 1~2주차에 630개 피감 기관 가운데 33.2%인 209개 기관이 아무런 질문을 받지 못했습니다. 도대체 국정감사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드디어 운명의 11월이 다가왔습니다. 친이재명계 최대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1심 선고가 나오는 15일 '이재명을 지키자'는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감을 비롯해 모든 것이 '범죄 피고인 이재명 방탄'에 맞추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재명 대표 무죄 판결 촉구 탄원'에 동참한 이들이 지난달 29일 기준 18만명을 돌파했다고 선전·선동하고 있습니다. 아무나 멋대로 '중복' '가짜이름'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엉터리 온라인 서명이었습니다.
민주당은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식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전화 통화한 녹음 파일이라며 17초 분량을 폭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이 확인됐다"고 주장하며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온통 모든 언론들이 이 뉴스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 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언론의 무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주당이 폭로한 '녹음파일'은 윤 대통령이나 명씨가 녹음하고 제보한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제3자' 누군가가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녹음하고 이를 민주당에 제보해 '정치 공작'에 활용하도록 했다는 의혹이 짙어집니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불법 녹음 파일'을 민주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용했다는 뜻입니다. 제보자와 민주당은 반드시 합당한 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만일 이런 일이 아무런 법적 제재 없이 계속 허용된다면 한국 정치는 '아수라 정치 공작'이 판치는 X판이 되고 말 것입니다.
'말'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후 맥락을 파악해야 하고, 대화하는 사람들 간의 관계와 배경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한 번이라도 얼굴을 본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할 때 대부분 매정하게 딱~ 잘라 말하지는 않습니다. '나름 애써 봤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더라…'는 식으로 돌려 말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이런 식의 사적 대화를 몰래 녹음해 앞뒤 다 잘라버리고 일부분만 떼어 놓고 '누군가가 부정 청탁을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지않은 무리가 따릅니다. 그래서 '통신비밀보호법'이 만들어 진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 언론 그 누구도 '폭로 파일의 불법성' '민주당 폭로의 법적 부적절성'에 대해 비판하지 않고, 녹음 파일 속의 한 문장 또는 몇몇 문장에만 집중해 온갖 추측으로 난리를 치고 있습니다. 공작 정치의 선전·선동에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 한국 언론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어 자괴감이 듭니다.
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의 부인 김혜경 씨의 수행비서 노릇을 하던 사람이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서 금배지를 달았습니다. 물론 부인 김씨의 아무런 입김 없이 공정하고 객관적인 과정을 거쳐 공천이 진행되었을 것임을 주장할 것입니다. 독자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지 궁금해집니다.
기괴한 일은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용, 기·승·전-김건희'라는 공작성 프레임에 꾸준히 맞장구 치며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높여온 인물이 여당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라는 점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 내빈 소개에 황교안 총리, 김문수 장관, 오세훈 시장, 추경호 (원내)대표만 언급되고 '한동훈'은 빠지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더욱 기괴한 것은 추최 측이 아니라, 친한계인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긴장해 생긴 실수'라는 해명을 전했다는 사실입니다. 한국 정치가 '전설의 고향'이 되어가는 느낌입니다.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정치와 언론을 언제나 볼 수 있을지 암담(暗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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