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요동치는 유가] 유가 급락에도 웃지 못하는 기업들

지역 제조업체 160곳 "지정학적 리스크 위험하다" 응답
전년 대비 중동 수출실적 보유 기업도 줄어들어
기업들 "대응책 마련 어렵다" 한목소리

지난 2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전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L당 1.5원 상승한 1천593.1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지난 27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전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직전 주 대비 L당 1.5원 상승한 1천593.1원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유가가 요동치자 지역 기업들의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경영난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대부분의 기업들이 마땅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전쟁 여파 직격

30일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업체 16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 영향과 대응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68.8%가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반사이익이나 새로운 기회요인이 됐다는 긍정평가는 1곳도 없었다.

지정학적 리스크 장기화로 발생한 피해로는 '에너지·원자재 조달비용 증가'가 40.9%로 가장 높았다. '재고관리 차질 및 물류비 증가'(31.8%), '환율변동·결재지연 등 금융리스크'(30.9%), '원자재수급 문제로 생산 차질'(29.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중동전쟁 여파로 응답기업의 40.6%는 기존 수출시장 외 신규 대체시장을 발굴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특히 응답기업 중 50.6%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대응책을 이미 마련했다'는 기업은 6.9%에 불과했다.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등락, 해상 운임 급등은 대구경북 기업들에게 더 치명적이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가 분석한 '중동 리스크가 대구경북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중동과의 전국 수출과 수입은 각각 3.8%, 3.2% 늘어난 반면 대구는 16.6%, 35.1%, 경북은 11.7%, 2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이 줄어들면서 중동과의 수출실적을 보유한 기업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357곳에서 올해 7월 기준 297곳, 경북은 234곳에서 192곳으로 각각 60곳, 42곳이 중동과의 거래가 끊겼다.

◆유가 등락 탓 해상운임 상승 현실화

지역 산업계는 중동전쟁으로 인한 유가 등락 탓에 피해가 극심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쟁 여파로 기존에 사용하던 판로가 막힌 데다 유가, 환율 등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 갖고 있는 불확실성이 큰 탓이다.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수출을 진행하던 섬유업체 A사는 최근 두바이와 이라크까지 직원을 파견하며 판로를 개척하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유가 등락으로 해상 운임이 크게 오른 데다 중국과의 단가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이다.

A사 관계자는 "중동 전쟁 이후 판매물량이 40% 넘게 줄었다. 운송기간과 운임비도 늘어나자 기존에 거래를 주고 받던 거래처들도 주문을 하지 않고 있다"며 "유가가 계속 요동친다면 해상 운임뿐 아니라 각종 원재료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물가 상승 및 경기악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등락으로 인한 글로벌 해상운임 상승은 점차 현실화 되고 있다. 지난 25일 기준 글로벌 해상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주 대비 123.18포인트(p) 오른 2185.33로 집계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그 주 리포트에서 "중동 항로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운임이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역의 수출기업 B사 관계자는 "기존에 중동으로부터 해상운송을 통해 소재를 공급받아 국내에서 제조 후 다시 수출했으나 전쟁 탓에 해상운송이 지연되면서 어쩔 수 없이 항공운송으로 대체하고 있다"며 "신용을 지키기 위해서 거래를 이어가고 있지만 물류비용 부담이 점점 가중되고 있어 막막하다"고 했다.

중동에서 에너지를 수입하고 있는 C사 관계자는 "최근 유가가 떨어지면서 걱정을 한시름 덜었다. 다만 전쟁 여파로 언제 어떻게 유가가 또 바뀔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제는 복합적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달러처럼 유가가 외부 요인으로 요동치면 기업 입장에서는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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