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김성현] 한국적 가치와 현대 경제의 조화

김성현 자화전자 노사협력팀장

김성현 자화전자 노사협력팀장.
김성현 자화전자 노사협력팀장.

193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펄 벅은 경주의 한 농촌 마을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을 목격했다. 한 농부가 소달구지에 볏단을 싣고 지게에 짐을 나누어 지고 가는 모습이었다. 펄 벅이 왜 짐을 나누어 지느냐고 묻자, 농부는 "소도 하루 종일 일했으니, 짐을 나누어 져야지요"라고 답했다. 이 대답은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그녀는 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했다.

이 이야기 속에는 한국인의 자연과 사람, 노동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담겨 있다. 이런 정신은 오늘날에도 한국 사회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 사회를 하나로 보는 이상주의적이며 지속 가능한 한국인의 심성은 벼농사에서의 지속 가능한 농사법이나 자연과의 공존에서 잘 드러난다.

하지만 현대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이런 한국인의 배려와 공동체 의식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 제도와 주당 근무시간 제한은 한국 사회 내에서 새로운 모순을 일으키고 있다. 자본주의는 효율성과 이윤을 중시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의 불평등한 분배, 물질만능주의, 실업 등의 부작용을 심화시킨다.

최저임금 제도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오히려 고용 감소와 영세 자영업자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 주당 근무시간 제한도 노동자의 건강과 워라밸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지만, 실제로는 업무량 집중과 비정규직의 불안정을 초래하며 노동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최저임금제와 근무시간 제한은 필수적인 노동자의 권리로 자리 잡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양한 모순이 존재한다. 최저임금 제도는 노동자의 생계를 보호하려는 목적이지만, 소규모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 큰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고용 감소나 가격 인상 같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주당 근무시간 제한 역시 주어진 시간 내에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압박감을 주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경제적 불안정에 시달리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제도의 본래 목적과는 달리, 노동자들은 더 큰 스트레스와 불안 속에서 일하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년 제도 역시 현대사회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과거에는 연령에 따른 정년이 노동자의 보호 장치로 기능했지만, 오늘날에는 오히려 인재의 능력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고령 노동자의 직무 만족과 삶의 질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정년 근무제를 폐지하고,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유연하게 근로시간과 임금을 조정해 고령 노동자들이 계속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고 세대 간 갈등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국 사회는 과거 자연과 사람을 하나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현재 한국은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자리 잡았지만, 그 이면에는 자본주의의 모순과 시장경제의 부작용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인의 전통적 가치관, 즉 배려와 공동체 의식,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철학을 현대사회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제도와 근로시간 제한의 모순을 극복하고, 정년 제도의 폐지와 유연한 노동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 나아가 ESG 경영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한국의 전통적 가치를 현대 자본주의에 접목시킴으로써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이제 우리는 현재의 모순을 방치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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