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길었던 폭염과 변덕스러운 가을 날씨 탓에 단풍으로 물든 팔공산은 다음주 중에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절기상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이 지나고서야 첫 단풍이 관측되면서 가을 나들이객들의 발걸음도 늦춰지게 됐다.
31일 기상청 '유명산 단풍현황'에 따르면 전국 유명산 21곳 중 단풍이 절정을 맞은 산은 설악산과 오대산, 소백산, 덕유산 등 4곳 뿐이다. 팔공산도 예년 같으면 산 곳곳이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들어야 하지만 절정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전북 내장산의 경우 아직 단풍이 관측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팔공산에서는 지난 25일 올 가을 첫 단풍이 관측됐다. 이는 평년보다 8일 늦은 수준이다.
기상청은 단풍 절정 시기는 평년에 비해 7일에서 10일정도 늦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팔공산의 경우 오는 6일을 전후해 단풍이 절정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상 기상청은 산 전체가 정상에서부터 약 20% 물들었을 때 첫 단풍이 관측된 것으로 기록한다. 산이 80% 이상 물들면 단풍이 절정에 달한 것으로 본다.
이처럼 팔공산에서 가을철 단풍이 늦게 관측된 것은 기후온난화로 인한 가을 폭염에 고온 추세가 이어진 탓이다. 통상 단풍은 일 최저기온이 5℃ 이하로 내려가고 일교차가 커야 물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구경북이 매년 뜨거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기상청이 30일 발간한 '대구·경북 최근 10년 기후정보집'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연평균기온은 13.1도로 평년 12.6도 대비 0.5도 올라갔다. 반면 한파일수는 평년에 비해 1일 줄어든 5.1일을 기록하는 등 감소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런 고온 추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단풍 시작과 절정 시기가 더 늦어질 뿐 아니라 앞으로 '붉은 단풍'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단풍은 엽록소가 파괴돼 잎의 색이 붉게 변하는 현상인데 늦더위가 이어지면 엽록소가 제대로 파괴되지 않아 초록빛으로 얼룩덜룩해진다는 것이다.
이부용 대구가톨릭대학교 명예교수(환경안전학)는 "폭염으로 가을이 짧아지면 앞으로는 나무가 초록빛 잎을 유지하다가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면서 단풍이 붉어지기도 전에 잎이 갈색으로 말라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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