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내 혼란에 뒷짐지던 여당 중진들, 이제야 "자주 모이자"

31일 원내대표실서 4선 이상 중진 등 12명 회동
'특별감찰관' 의견 모아, "의총 표결은 안 된다가 중론"
"총선 전에 있었어야 할 자리", '정치적 면피행위' 지적도
"책임 크지만, 스스로 설 자리 축소된 측면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추경호 원내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들이 3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 모여 비공개 중진회의를 가졌지만 '만시지탄'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시기적으로 늦은 것은 물론 여당 내 혼란을 타개할 만한 메시지를 내놓지 못하면서 아직까지도 '강건너 불구경'만 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이는 모습이다.

31일 오전 추경호 원내대표와 조경태(6선), 권성동·권영세·윤상현·조배숙(5선), 김태호·박대출·박덕흠·안철수·윤영석·이헌승(4선) 등 12명은 원내대표실에 모여 현 정국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비공개로 이뤄진 이날 회동에서는 특별감찰관 임명 관련 의총을 앞두고 "당이 더 분열 갈등 양상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다른 '소수 의견'을 언급하면서도 "표결로 가는 것은 정말 숙고를 하고 가급적 지양했으면 좋겠다"는 언급이 있었다고 했다. 또 '중진들이 원내대표나 당대표와 함께 대화하는 자리가 좀 더 자주 있었으면 좋겠다'는 건의가 있었다며 당 대표실에도 이를 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중진회의에서 뚜렷한 메시지나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사고 있다. 용산과 여당 대표의 파열음은 물론 야권의 공세는 날로 강해지는 상황에서 보다 분명한 메시지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역시 여당이 수세에 몰리는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는데도 그동안 중진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습에 나서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앞서 지난 29일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권영세·김기현·나경원 의원 등 5인이 당과 대통령실의 상호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발표한 정도가 다소 이목을 끌었을 뿐이라는 것.

장우영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총선 이전에 나왔어야 할 메시지가 이제야 나오고 있다"며 현재 나오고 있는 중진들의 메시지 역시 '정치적 면피행위'로 보일 정도로 실망스럽다고 평가했다.

장 교수는 "선수만 높다고 중진이 아니다. 연륜과 경험, 거기서 비롯되는 당에 대한 충정을 갖고 스스로 직을 걸고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중진"이라며 "눈치만 보다 이런 최악의 국면에서야 메시지를 내는 것 자체가 매우 잘못됐고 진정성도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치·선거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엘엔피파트너스의 이주엽 대표 역시 중진들의 반성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중진들이 당을 위해, 보수 정치의 대승적 차원에서의 메시지를 그동안 내지 못했고, 그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최근 수년간 보수정당 정치 지형이나 분위기를 감안하면 중진들의 설 자리가 위축된 점도 있다. 오늘 '자주 모이자'는 얘기가 나온 점도 그런 맥락일 것"이라며 "대통령실과 당이 함께 반성해야 할 지점"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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