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기원전 770년~기원전 221년), 각 지역의 군주(君主)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포식자인 동시에 희생물이었다. 사느냐, 죽느냐의 시대, 수많은 사상가(思想家)들이 나타나 전국 각지의 군주들을 찾아다니며 유세(遊說)했다. 자신이 제시하는 정책을 쓰면 나라가 부강해지고, 이웃 나라를 복속(服屬)할 수 있다고 설득한 것이다.
당시는 군주가 오판하면 권좌(權座)에서 쫓겨나거나 나라를 잃는 시절이었다. 군주들은 자신을 찾아오는 유세가들을 의심했다. 나라에 도움이 될 자인지, 계략(計略)으로 망치려는 자인지…. 그래서 유세가들은 군주의 마음을 얻어 뜻을 펼치기는커녕 죽임당할 수도 있었다. 전국시대 말기 사상가 한비(韓非·기원전 280년~기원전 233년)는 자신의 책 한비자(韓非子)에서 유세의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한다.
'유세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군주의 확고한 믿음을 얻는 것이다. 믿음을 얻지 못한 상황에서 하는 말은 위험할 뿐이다. 좋은 소리는 아첨으로 들리고, 쓴소리는 적대감의 표현이며, 부국강병책은 국력을 소모해 나라를 망치려는 음모로 비칠 뿐이다. 자세히 설명하면 말이 많다고 여기고, 요점만 말하면 무지(無知)하다고 여긴다. 군주의 속뜻을 모르면 생각이 없는 자라 여기고, 속뜻을 알면 위험한 자라 여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쇄신(刷新)을 강조하고 있다.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의혹 해소, 특별감찰관 임명 등이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그의 쇄신 요구는 지지층과 국민의힘 내부로부터 '보수 우파 분열'로 비판받고 있다. '한 대표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현대 대중(大衆)은 춘추전국시대 군주들과 마찬가지로 변덕스럽고, 포악하며, 자기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 유세가가 군주의 의심을 받으면 목숨이 위태롭듯, 현대 정치인도 대중(지지층)의 믿음을 얻지 못하면 '뜻'을 펼치기는커녕 버림받는다.
한 대표는 국민의힘 지지층이 자신(한 대표)을 의심하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변화와 쇄신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유세가(한동훈)의 진심이 아니라 군주(국민의힘 지지층)의 인식이다. 한 대표에게 시급한 것은 믿음을 얻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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