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안 심의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예산 전쟁'을 선포했다.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677조4천억원)은 재정 건전성(健全性)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짠물 예산안"이라며, 지역화폐 같은 '이재명표 예산'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또 '윤석열 대통령 민생토론회·김건희 여사·검찰 특활비' 관련 3대 예산을 집중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책인 지역화폐 발행 예산을 예산안에 집어넣겠다고 했다. 예비비(豫備費) 2조원을 동원해 지역화폐 10조원을 추가 발행하자는 것이다. 또 재생에너지 고속도로 기반 확충 및 RE100 관련 예산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민생토론회에서 공약한 사업, 김 여사가 관심을 기울였다고 판단한 '마음건강 지원사업' 및 개 식용 종식(終熄) 관련 예산은 삭감 대상에 올렸다. 민주당이 정부 주요 예산을 깎아 입맛대로 쓰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짠물 예산안'이라고 비판하지만, 긴축 재정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56조4천억원의 세수(稅收) 결손에 이어 올해도 30조원의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에도 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4조원 덜 걷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와중에 경기 부양 효과가 불분명한 지역화폐 발행은 혈세로 선심 쓰겠다는 포퓰리즘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줄곧 '이재명표 예산' 반영과 대통령실 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지난해 예산안 처리 때는 민주당이 원전 예산을 삭감하고, 재생에너지 예산을 신규로 반영하려고 했다. 정부·여당의 반발로 원전 예산을 손대지 않는 대신 재생에너지 예산을 일부 증액하는 선에서 타협이 이뤄졌다. 올해도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 우려가 크다. 민주당은 운영위 소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예산안 심사 기간 초과 시 본회의 자동 부의(附議) 조항 폐지' 국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할 방침이다. 예산 주도권을 십분 활용해 국정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로 보인다. 민주당이 엄중한 국제 정세와 민생을 걱정한다면, 이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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