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시내버스 노선체계 개편을 두고 지역 내 '교통 불모지'로 꼽히는 서구에서 반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구시가 재건축에 따른 서구 인구 급증과 도시철도 순환선 계획 무산 등 늘어난 교통수요를 전혀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시와 용역업체 등은 지난 30일 오전 서구청에서 '대구시 시내버스 노선체계 개편방안'을 주제로 주민설명회를 진행했다. 서구 권역에선 대구 각지에서 서대구역으로 향하는 노선이 늘고, 이용률이 비교적 저조했던 간선 노선이 폐지되는 등 변화가 예고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개편안을 확인한 일부 서구 주민들은 서구 권역 노선이 오히려 이용하기 불편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몇 년 사이 평리뉴타운에 5천여가구가 입주한 데다 서대구KTX역 활성화 등 시내버스 노선이 확충될 요인이 있었음에도 개편안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주민들은 이번 노선 개편을 통해 달구벌대로와 도시철도2호선 등과의 연결성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시 노선 개편 계획에 따르면 평리뉴타운을 가로지르는 문화로에서 도시철도 2호선으로 향하는 노선은 '323-1번' 하나 뿐으로 이마저도 2호선 내당역과 반고개역만 경유할 예정이다. 서대구역과 감삼역 등을 거치는 '지선 1번'이 신설될 예정이지만, 평리뉴타운 외곽을 지날 뿐이어서 시민들 입장에서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2호선 죽전역으로 향하던 '서구1번'과 '서구1-1번'은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오히려 폐지됐다.
주민설명회를 참관한 서구 주민 A씨는 "아파트 위치에 따라 지선 1번을 타려면 버스정류장 2개 거리를 걸어가야 하는 곳도 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서구의 특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노선이 설계된 것 같다"며 "폐지된 간선들도 인구가 점차 늘어나는 중인 평리뉴타운 상황에 비추어 보면 꼭 폐지했어야 했나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설명회 당시 해당 사실에 관한 지적이 나오자, 이날 발표를 맡은 용역업체 직원은 "서대구역에서 환승하면 된다"는 취지로 답변해 주민들의 화를 키우기도 했다. 서대구역 환승을 이용하라는 건 사실상 '크게 돌아가라'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은 탓이다. 평리뉴타운을 기준으로 서대구역은 서북쪽에, 감삼역은 서남쪽에 있다.
일각에서는 민선7기 당시 추진됐던 도시철도 순환선이 백지화된 전례와 이번 버스 노선 개편을 연결지어 "대구시는 서구의 교통 불편을 해결해줄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구 평리3동에 거주하는 주민B씨는 "대구에 지나는 지하철 하나 없는 동네가 서구 말고 또 어디에 있나"며 "더 많은 버스 노선을 확충해줘도 모자랄 판인데, 대구시가 '서구는 교통이 불편한 곳'이라고 인식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대구시는 아직 확정된 노선이 아닌 만큼 주민들 의견을 반영해 최적의 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허준석 대구시청 교통국장은 "현재 공개된 개편안은 확정된 노선이 아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면서 변경될 여지가 남아있다"며 "노선 최종확정 전까지 다양한 고려사항들을 잘 절충해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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