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은 1일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음과 관련, 이를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으로 덕담을 나눈 것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과거 전임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나 판례 등을 들며, 윤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의견 제시는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다고 방어막을 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공천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지시한 적도 없다'는 전날 대통령실의 반박에 발맞춰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이 있었다는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 과거 대통령실 해명은 '착오'…법적·상식적으로 문제없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기억 착오가 있었을 뿐이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 실장은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상식적으로 아무 문제 될 것이 없는 녹취 내용"이라며 "윤 대통령은 취임 전후 당으로부터 어떤 건의를 받은 적도, 공천 개입 지시를 내린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정 실장은 앞서 명 씨 관련 의혹이 불거졌을 때 대통령실에서 '2021년 11월 대선 경선이 끝날 무렵부터 명 씨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통화를 한 기억이 없다'고 해명한 것이, 전날 공개된 녹취로 인해 거짓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긴 시간을 할애해 윤 대통령의 입장을 설명했다.
정 실장은 "초반에는 조언을 들었지만 지내고 보니 안 되겠다 싶어서 매정하게 끊었다. 본질은 명 씨의 조력을 중간에 끊었다는 것"이라며 "사실 매몰차게 끊으셨다고 한다. 경선룰에 이런저런 간섭을 해서 '앞으로 나한테도 전화하지 말고 집사람한테도 전화하지 마'하고 딱 끊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후 연락을 안 하다가 취임식 전날 전화가 와 그 사람도 초반에는 조언도 하고 도왔으니 전화를 받은 것"이라며 "전화 받아서 덕담은 건넬 수 있는 것 아닌가. 그게 전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택적으로 발췌해 공천 개입이라고 규정짓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한 정치 공세"라며 "지난 2년 동안 계속돼 온 '대통령 죽여서 당 대표 살리자'라는 야권의 정치 캠페인의 지속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을 역임했던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날 공개된 녹취록 중 "김영선 좀 (공천)해 주라고 했다. 그런데 당이 말이 많네"라고 한 말의 배경에 대해 "대통령이 그 당시에는 정치를 시작하신 지 얼마 안 돼서 공천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아직은 이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세세하게 잘 모를 때"였다며 "그냥 (단순히) 자기 의견을 얘기했을 정도라고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대통령한테 직접 명태균씨와 어떤 사이냐고 물었는데, '전화 한두 번은 있었지만 깊이 교류하지는 않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대통령 국정기획비서관 출신인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대통령께서 박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면서 "저 같은 경우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온갖 사람들이 '내가 선거 다 했으니 잘해야 된다'라면서 확인 전화를 받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좋은 의미로 말씀하신 사적인 얘기"라고 덧붙였다. 전날 공개된 통화 내용에서 공천에 개입했다는 정황이나 물증이 나온 것은 없다는 게 강 의원의 주장이다.
◆판례 등 법적 검토도…"사인 간 대화" "의견 제시일 뿐 공천 영향 없다"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공천관리위원회에 공천 관련 의견을 제시했다고 해도 법적으로 별문제 될 것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통화가 있었던 법사위원들의 내부 법률 검토 의견이라며 "5월 9일은 당선인 신분이었고, 대통령 인수위법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원도 아니어서 공무원 의제 규정 대상에 해당되지 않다"며 "윤 대통령은 공무원의 당내 경선 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상 저촉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2022년 3월 각종 선거에서 정치 중립을 위해 대통령 당선인도 공무원으로 간주하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며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민주당의 주장은 자기모순"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관위에 의견 개진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단순한 의견 제시는 법률 위반이 아니니 법원 판결"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공천 리스트 전달 등으로 당무 개입으로 징역 2년이 확정된 사례를 비춰볼 때 윤 대통령에게 죄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과 같이 당 공관위원들에게 공천 리스트를 전달하고 종용한 혐의로 기소된 현기환 전 정무수석은 2심과 3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사실은 왜 말하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상고를 포기해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지 않았다"며 "같은 내용에 대해 대법원은 경선 선거인에게 작용하여 경선 선거인의 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아니라고 명확히 하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공관위 등에 의견을 제시한 정도론, 공천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유상범 의원은 "민주당은 근거 없는 선전 선동으로 대통령 탄핵에 골몰하기 전에 대통령의 행위가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한 후 주장하는 것이 법치주의를 위해 공당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대통령이 공천에 관한 의견을 제시한 것"이라며 선거법상 선거 개입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당원으로서 당의 공천관리위원회에 의견을 개진했다고 볼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며 "행위 자체가 선거법상 선거 개입 행위에 가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불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 당이 많이 당선됐으면 좋겠다며 열린우리당 후보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듯한 발언이 선거 개입 행위"라며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를 당선시키기 위해 권유하는 행위는 (위법이지만), 공천 과정에 누가 됐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낸 건 선거 기획을 한 것도 아니고 특정 후보자를 찍어달라고 한 것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1심 선고 앞두고 '기획폭로'…"야권의 시선 돌리기"
녹취록이 공개된 시점을 볼 때, 야권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여론전을 펴기 위한 기획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이 대표의 선고 공판에 집중될 여론을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으로 돌리려 한다는 것이다.
강명구 의원은 "전형적인 국감을 앞둔 기획폭로"라며 "이 대표가 곧 선고가 난다. 이런 것을 통해서 물타기 한다"고 주장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조국이나 이 대표는 중형 선고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사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주장하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오고 있는데, 보수 진영이 단일 대오로 이 문제에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날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9일 명 씨에게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다.
이어 공개된 두번째 녹취록에서 명 씨는 지인에게 "(윤 대통령과의 전화를) 끊자마자 마누라한테 전화 왔어. 선생님, 윤상현한테 전화했습니다. 취임식 오십쇼"라고 설명한다. '마누라'는 김 여사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통화가 이뤄진 다음 날이자 윤 대통령의 취임식 날인 2022년 5월 10일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경남 창원 의창 국회의원 후보로 전략공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시 공관위원장이던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 공관위 관계자가 윤 대통령에게 공천자료를 전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윤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공관위에서 (자료를) 갖고 왔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걸 왜 공관위에서 가져오느냐"며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 전체적인 맥락을 봐야 한다"고 해명했다. 공천은 공관위 차원에서 여러가지 기준을 갖고 판단하고, 그 결과는 최고위원회에서 추인을 받는데 특정 목적을 갖고 공천 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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