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구미, '회색 공업도시'에서 '라면의 도시'로

라면 기업이 구미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

조규덕 기자
'2024 구미라면축제'가 11월 1일부터 3일까지 구미역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수많은 인파가 몰렸다. 구미시 제공
조규덕 기자

올해 경북 구미에서 열린 라면축제는 경찰 추산 17만 명의 방문객과 갓 튀긴 라면 25만 개 판매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달성하며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성공은 단지 이벤트가 아닌, 구미가 '라면의 도시'로 자리 잡는 전환점이 됐다. 한때 회색 공업도시로 불리던 구미가 '라면의 수도'로 불릴 만큼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입증한 것이다.

구미라면축제의 배경에는 농심 구미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신라면의 75%, 짜파게티의 90%를 생산하는 이 공장은 국내 최대 라면 생산 기지로서 농심의 역사를 품고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신춘호 전 농심 회장은 구미공장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 수많은 기업이 쓰려지던 IMF 외환위기 속에서도 1천400억 원을 투자해 생산 설비를 확장하며, 구미공장을 농심의 중심축으로 지키고자 했다.

그가 매년 여러 차례 구미를 찾아 시설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던 이유는 단순히 기업 운영을 넘어 구미와의 깊은 유대감과 책임감 때문이다. 농심 구미공장은 이러한 지원 속에서 꾸준히 성장하며 지역 경제에 이바지해왔다.

구미가 라면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농심의 지원에 그치지 않는다.

구미는 수십 년간 축적된 산업 기반과 숙련된 근로자들이 함께하는 도시다. 풍부한 낙동강의 공업용수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1~5단지에 걸친 넓은 산업용지와 첨단 제조 기반은 기업 활동을 위한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게다가 올해 구미는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돼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같은 혜택을 받으며 기업 친화적인 도시로 더욱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대구경북신공항 예정지와도 불과 10㎞ 거리로, 라면의 해외 수출과 글로벌 시장 확대에도 유리한 입지를 갖췄다.

한국의 라면 수출이 10억 달러를 돌파하고, 세계인의 '소울푸드'로 자리 잡은 시점에서 구미는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오랜 시간 공업도시로 인식됐던 구미는 이제 '라면의 도시'로 재탄생했다. 구미라면축제의 성공은 이를 잘 증명하며, 라면 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인의 소울푸드가 된 라면이 구미에서 생산되고, 이곳을 통해 세계로 뻗어 나가며,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새로운 중심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구미는 그 어느 때보다도 라면 산업에 대한 투자를 유치할 준비가 돼 있다. 수십 년간 검증된 인프라, 숙련된 인력, 다양한 혜택으로 뒷받침되는 구미에서 라면 회사가 투자를 고려한다면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구미는 이제 회색의 공업도시를 넘어, 글로벌 '라면의 수도'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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