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동훈=원균·브루투스, 尹=선조·카이사르? 이준석의 동·서양사로 한국 정치 읽기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 페이스북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 페이스북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이 실명은 거론치 않았으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가리키며 우리 역사 속 칠천량 해전의 패장인 '원균'으로 지칭, 책임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균의 종군 당시 조선 왕 '선조'엔 (역시 실명은 언급치 않았으나)윤석열 대통령을 대입시키는 뉘앙스를 보였다.

참고로 실명을 쓰지 않고 특정 인물을 언급하는 글은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글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준석 의원은 4일 오전 9시 45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원래 의심병에 걸려서 사람 내치고 견제하는 선조도 욕먹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칠천량 해전에서 다 말아먹은 원균이 선조 욕하면서 면피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22대)총선 거하게 말아먹고 여기저기에 핑계대고 총구를 돌려본들, 유세뽕 맞아서 다 말아먹은 칠천량의 기억은 안지워진다"고 덧붙였다.

원균. 평택시청 홈페이지
원균. 평택시청 홈페이지

이에 대해 이준석 의원은 패군지장불어병(敗軍之將不語兵)이라는 고사를 들었다. '싸움에 진 장수는 병법을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참고로 이준석 의원은 '패장'이라는 표현이나 그런 행적을 보인 역사 속 인물을 끌어와 다른 정치인을 향해 비판 소재로 쓸 때 설득력이 생기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는 2021년 재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에서 청년층을 집결시켜 오세훈 시장 당선에 일조한 데 이어, 국민의힘 초대 당 대표로 2022년 20대 대선(윤석열 대통령 당선)은 물론, 같은 해 8회 지방선거(광역단체장 국민의힘 12명, 더불어민주당 5명 당선)까지 3연승을 거뒀다. 이어 지난 22대 총선에선 4수 끝에 초선 의원도 됐고, 개혁신당 대표로서 국회 3석도 확보했다.

▶이어진 페이스북 글에서 이준석 의원은 법무부 장관 시기와 당 대표 시기 한동훈 대표의 정치적 스탠스의 차이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그는 "법무부 장관 시절에는 도이치모터스 수사에 대해서 입도 뻥긋 안하다가, 요즘 유체이탈로 신기한 이야기하던데 목련이 피면 어쩐다 했던 이야기"라며 "3자 특검 이야기나 잘 챙기시라"고 요구했다. 그는 "자꾸 정치하면서 공수표 남발해서 위기모면하고 식언하는 공짜 좋아하는 모습을 반복하면, 불행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정치 선배로서 조언했다.

또 "어떤 소수여당의 패전지장은 김건희 특검에 찬성하는지나 입장 밝히시고 표결 때까지 사람 모으는지나 보자"고도 했다.

빈센조 카무니치
빈센조 카무니치 '카이사르의 죽음'. 위키피디아

▶그러면서 "저와 개혁신당은 찬성. 그러면 남은 건 니(한동훈 대표) 역할,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며 "그런데 김건희 여사가 장관 인사에까지 개입했다는 주장에 찬동하시면 핵심 장관인 법무부 장관 인사에도 개입하지 않았을 이유가 있나?"라고 새로운 의구심도 드러냈다.

이준석 의원은 "그게 패전지장님의 태생적 모순"이라며 "현재는 원균, 잘 돼 봐야 마르쿠스 브루투스라는 것"이라고 우리 조선 역사에 더해 고대 로마 역사도 끌어와 글을 마쳤다.

마르쿠스 브루투스는 로마 황제 시저, 즉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암살한 인물이다. 그래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전해진다. 암살 사건 당시 카이사르가 브루투스 무리에게 외쳤다는 "브루투스, 너마저?"도 유명하다. 따라서 이때 카이사르는 자연스럽게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키게 된다.

이는 요즘 윤석열 대통령 및 대통령실과 각을 세운 한동훈 대표에게 제기되고 있는 배신자론을 역사 속 인물·사건에 비유한 구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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