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빚 고통도 모자라 남편 뇌출혈, 아들 소아암…빛이 사라졌다

결혼 후 남편이 수천만원 빚 진 사실 알게 돼
생활 어려워 출산 직후 쉬지 않고 일하다 갑상선 암 진단
빚 내서 가게 운영하던 중 둘째 소아암 진단
남편 뇌출혈로 퇴사·가게 넘겨…수입원 없어

강연주(37·가명) 씨가 말기 소아암을 앓고 있는 둘째 아들 우현(8·가명) 군과 마주보며 미소 짓고 있다. 김지효 기자
강연주(37·가명) 씨가 말기 소아암을 앓고 있는 둘째 아들 우현(8·가명) 군과 마주보며 미소 짓고 있다. 김지효 기자

사람은 쉽사리 자신 앞에 다가올 불행을 예상하지 못한다. 강연주(37·가명) 씨도 그랬다. 오랫동안 연애한 남자친구와 결혼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 앞에는 행복한 미래가 가득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연주 씨를 찾아온 건 지긋지긋한 빚, 그리고 자신을 비롯한 소중한 가족들의 건강 문제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청천벽력같은 소식은 둘째 아이에게 찾아온 소아암 말기. 생활에는 조금의 여유도 없고 이 모든 고통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현실이 연주 씨를 아프게 짓누른다.

◆결혼 후 남편 빚 알게 돼…생활 어려워 출산 후 쉴 새 없이 일해

대구 팔달시장 근처에서 태어난 연주 씨는 식당 일을 하시는 어머니와 공장에서 일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유도를 시작한 연주 씨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던 해 어깨 골절과 발가락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두며 학교를 자퇴했다. 이후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던 연주 씨는 성인이 되기 직전 겨울에 6살 연상의 직업군인 남자친구를 만나 그와 5년을 연애, 결혼에 성공했다.

경북으로 이사와 시작한 결혼 생활은 그리 평탄하지 못했다. 연주 씨는 식을 올린 뒤에야 남편이 친척의 꾐에 넘어가 건축사무실을 차렸다가 수천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업이 두 사람이 결혼한 해에 망하면서 5천만원이라는 빚은 모조리 연주 씨와 남편이 떠안게 됐다. 사회 초년생 둘에게는 빚을 상환할 능력이 없었고, 채무조정을 받았다. 4년간 매달 50만원의 빚을 갚아나갔다. 설비업체에서 남편이 벌어오는 180만원의 월급으로 빚과 월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연주 씨는 각종 공과금과 생활비를 내며 가정을 꾸렸다.

두 아이를 낳은 뒤 연주 씨는 정수기 방문관리 일을 시작했다. 남편과 함께 맞벌이로 열심히 모은 3천만원에다 1억원의 대출을 받아 아파트로 이사도 했다. 그렇게 빚도 갚고 아이도 키우며 5년이 흘렀을까, 연주 씨는 자꾸 처지는 몸이 이상하다 느꼈다. 한 달에 200명의 고객을 책임져야 했는데, 몸이 축축 처져 일정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결국 연주 씨는 회사를 관두고 자영업을 결심했다. 2천만원을 대출받은 그는 김밥집 장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병원에서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수술과 몸 회복으로 6개월을 보내야 했다.

거기다 하필이면 개업 시기가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 연주 씨는 다들 비슷하게 상황이 어려울 것이라 자신을 위로하며 가게 유지를 위해 계속 빚을 내며 생활했다. 대출 이자를 내고 나면 여윳돈이 부족했고, 아이들 학원비나 식비를 벌어야 해 김밥집을 그만둘 수도 없었다. 생활이 안 되니 빚져서 산 아파트를 담보로 또 대출을 받으며 겨우 입에 풀칠을 했다. 이런 생활이 지난해까지 반복됐다. 둘째 우현(8·가명)이 소아암 말기를 진단받기 전까지.

◆소아암 말기 진단받은 둘째…수입원 없는 부부

분명 동네 병원에서는 우현이 몸에 큰 이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자꾸 배가 너무 아프다며 바닥을 굴렀다. CT를 찍고 나서야 둘째 몸에 10cm 종양이 자라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지난 2월 대학병원을 찾아간 연주 씨는 아들이 신경모세포종 말기라는 걸 알게 됐다. 두경부, 쇄골, 골반 등 온몸에 암세포가 퍼졌단다.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아이가 아프기 시작하며 가게에 거의 신경을 못 쓰게 됐고,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 결국 또다시 채무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빚도 상환 못 한 아파트가 경매에 넘어갔다. 언제 집을 비워줘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남은 빚을 매달 67만원씩 5년간 갚아나가야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7월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졌다. 달에 백만원 정도 휴직 수당을 받던 남편은 10월 말 직장을 나왔다. 구직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병원에서는 다시 뇌출혈이 발생하면 남편이 손을 못 쓰게 될 거라고 말했다. 연주 씨도 장사를 도와주던 지인에게 가게를 돈 한 푼 안 받고 넘겼다.

모아둔 돈은 하나도 없고 아이는 계속 아프다. 부부 모두 수입원이 없어 친정에서 돈을 빌려 겨우 생활하고 있었다. 의료파업으로 수술할 의사가 없다는 말에 지난 10월 대구에서 서울로 병원을 옮겼는데, 옮긴 병원은 장기입원이 불가능해 숙박비 등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추후 우현이의 항암치료, 조혈모세포 이식, 종양 제거 수술 등이 예정되어 있지만, 완치는 장담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달에 빚 갚는 데만 200만원 가량이 들어가고, 첫째 학원비 20만원, 공과금 60만원, 식비 50만원에 이사할 새 집 보증금도 구해야 했다. 우현이와 함께 서울에서 지내는 경비도 매달 백만원은 들어갔다. "지금까지 어떻게든 살았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는 연주 씨. 그래도 씩씩하게 항암치료를 이겨내 주는 우현이를 보면 대견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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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주 : ㈜매일신문사(이웃사랑)

[지난주 성금내역]

◆아이들이 전부인 심장병 앓는 아빠 오지훈 씨에 2,154만원 전달

아내의 외도와 폭력으로 이혼한 뒤 심장병을 앓으며 홀로 두 아들을 키우는 오지훈 씨(매일신문 10월 22일 10면 보도)에게 2천154만9천174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신라공업 5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덕일약품(이병규) 2만5천원 ▷채움행정사무소(김원일) 2만원 ▷나선희 3만3천원 ▷이강준 3만원 ▷신종욱 2만원 ▷이서영 1만원 ▷이현민 1만원 ▷정혜원 1만원 ▷이장윤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딸들 걱정에 쫒기는 삶 살아온 이가은 씨에 1,938만원 성금

살림에 무관심한 남편 대신 생활고에 쫓기며 두 딸 걱정으로 살고 있는 이가은 씨(매일신문 10월 29일 11면 보도)에게 44개 단체, 100명의 독자가 1천938만4천450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다우약품(윤종규)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김진숙 5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장현식)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삼성기공(장태종) 3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참한우소갈비집(신동애)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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