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대구 성서산업단지 내 한 섬유공장. 1층 전체가 원사 재고로 가득 쌓여 있었다. 작업장으로 사용되던 공간이었으나 지난해 원사 공장이 하나 둘 문을 닫으면서 미리 국산 원사를 사들여 비축한 것이다.
30여년간 직물업체를 운영한 A씨는 "작년 초부터 굵직한 원사 기업들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원사 공급이 불안정해졌다. 올해 공급물량을 줄인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리 제품을 사서 1년 정도 원료를 확보한 상태"라고 했다.
중국 등 해외에서 수입한 물량으로 원사를 대체할 수 있지만 수출을 할 때 발목이 잡힐 수 있어 국산 원사를 고집하고 있다. 그는 "튀르키예와 중동 국가에 수출하는 게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산 원사의 비중이 높아지면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면서 "올해는 어떻게 버티겠지만 그 이후가 막막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국내 화섬기업들의 원사 제조 중단으로 대구지역 섬유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원사는 섬유생산 과정의 첫 단계에 해당하는 공정에 해당하며, 원사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큰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직물조합)은 수입 유통망을 확보해 폴리에스테르사 구매를 대행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회원사로부터 주문을 받아 최소한의 대행 수수료를 받고 원사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직물조합 관계자는 "국내 원사 메이커 중에 생산을 하는 곳이 현재 서너 군데 정도다. 이제 곧 3곳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중국산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국산에 대한 수요도 있지만 비싸고 공급 물량 자체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원자재부터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니 제조업체도 힘든 입장"이라고 했다.
섬유산업이 위축되면서 수출 규모도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발간한 '대구경북 섬유수출 통계'를 보면 올 3분기 기준 대구경북 누적 섬유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9.1% 줄어든 18억2천39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6일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와 간담회를 개최한다. 지역 섬유산업 기업인들이 참석해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협력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상웅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장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원사가 줄어들면서 수입 물량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수출 기업들은 원산지 증명을 해야 하는데 앞으로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섬유 업계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하고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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