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대선 끝나도 끝난 게 아닐 수도…소송전·폭동 우려

사실상 '이길 때만 선거결과' 수용 시사한 트럼프, 벌써 '선거사기'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2020년 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원형 홀에서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상·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의 난입으로 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2020년 1월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난입해 원형 홀에서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상·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의 난입으로 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연합뉴스

미국 대선의 승자가 결정돼도 싸움은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오차범위 내 초박빙 대결로 진행되서다. 미 당국은 자칫 선거 기간 불상사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보안을 대폭 강화했다.

◆재검표 또는 소송전

대선 경합주의 승패가 수천표 차로 갈릴 경우 재검표를 요구하거나 선거 공정성 또는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는 소송전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

당장 2020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 등으로 형사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 기간에 수차 '조건부'로 선거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말 TV 토론에서 '예'나 '아니오'로 대선 결과 수용 여부를 답해달라는 사회자의 거듭된 질문에 '공정하고 법적이며 좋은 선거'일 때만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진영에서는 사실상 본인이 이기는 선거만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라고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미국 대선은 오는 5일 투표 뒤 ▷주별 선거인단 명부 확정(12월 11일) ▷선거인단 투표실시(12월 17일) ▷상·하원 합동위의 선거 결과 인준(내년 1월 6일) ▷새 대통령 취임(내년 1월 20일) 등의 절차로 진행된다. 선거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는 지지자들이 지난 2021년 1월 6일 때처럼 이 절차의 진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와 트럼프 대선캠프는 지난 4월 이른바 '선거 무결성(integrity)' 프로그램 시행에 들어갔다.

이 프로그램은 경합주에 10만명의 자원봉사자 및 변호사를 배치해 선거에 '결함'이 생기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노력을 하는 것을 말한다.

RNC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을 통해 26개 주에서 130여개의 선거 관련 소송에 관여하고 있으며 선거 날 활동에 착수할 준비가 된 5천명의 변호사도 확보한 상태라고 NBC 방송이 지난달 말 보도했다.

민주당도 공화당에 법적으로 맞대응하기 위한 공격적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해리스 대선캠프도 선거 관련 소송을 위해 변호사로 법률팀을 구성한 상태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근거 없는 거짓말을 폭로하고 법정에서 패배시키기 위해 전국적으로 30여건의 소송에 참여한 상태다.

민주당이 제기한 소송은 대체로 등록 마감일 연장, 부재자 등에 대한 투표 접근성 확대 등에 대한 것이다.

이와 함께 투표 이후 개표과정에선 재검표가 진행될 수 있다.

전미 주(州)의회협의회(NCSL)에 따르면 24개 주 및 워싱턴DC는 특정한 표차 이내일 경우 재검표를 의무화하고 있다. 경합주인 애리조나(0.5% 이하), 미시간(2천표 이하), 펜실베이니아(0.5% 이하)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위스콘신과 네바다는 사실상 재검표 요청에 제한 요건이 없다.

◆보안 시나리오 크게 강화

2020년 대선 직후 의사당 난입 사건과 같은 폭력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 조치도 이례적인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

경합주 중 하나인 애리조나의 마리코파 카운티 치안 당국은 선거 기간 최대 200명을 투입해 24시간 투표소를 감시한다. 이 같은 인원은 2020년 이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애리조나주 최대 도시 피닉스 도심의 개표소는 감시용 드론까지 동원해 요새처럼 보호되고 있다.

다른 주 상황도 비슷하다. 미국 전역 수백 곳의 선거 관리 사무소가 방탄 유리와 강철 문, 각종 감시장비로 보호받고 있다.

이처럼 미국 선거 당국이 초긴장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4년 전 대선에서 패배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에 불복해 2021년 1월 6일 의사당에 난입해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극단주의 감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들은 그 이후로 공화당의 변방에서 핵심으로 침투했고, 이제는 선제적으로 선거 패배를 부정하는 세력으로 변모했다고 WP는 전했다.

자칫 선거 이후에도 명확한 승자가 정해지지 않는 기간이 길어질 경우 급진화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폭력적인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다만 잠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보안 강화가 유권자들까지 위협을 느끼게 해 투표소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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