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나선 것을 두고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불참 결정이 김 여사 특검법, 명태균 통화 녹취 공개 등에 따른 여야 대치와 정쟁 상황 등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국회를 무시했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날 정치권 등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총리가 대독한 것은 11년 만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은 한 총리의 연설문 대독에 앞서 "국회 수장으로서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불가피한 사유 없이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다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국민들께서도 크게 실망하셨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시정연설 거부는 국민에 대한 권리 침해"라고 덧붙였다.
이에 여당에서는 "뭐 하는 거예요", "민주당 원내대표냐"는 고성이 터져 나왔고 야당은 "조용히 하라"고 맞받았다.
한 총리는 28분간 시정연설 대독을 했으며 여당 측은 세 차례 박수를 보냈다. 반면 야당은 한 총리가 각종 정부 성과를 내세우는 대목에서 "상황 파악 좀 하세요"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공방을 벌였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거부권 남발로 국회와 야당을 무시하더니 이제는 대놓고 국민과 싸우겠다며 구중궁궐에 틀어박힌 대통령의 고집불통에 기가 막힌다"면서 "윤 대통령의 국회 무시가 참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실은 '여야 대치가 극심한 가운데 시정연설이 정쟁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강변했다"며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국정 농단 의혹이 정쟁인가"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박준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을 향해 "이제 그만 정쟁을 거두고 민생 중심의 예산 심의에 협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한 총리가 대독한 시정연설에 대해 "대내외적인 위기 요인과 민생의 어려움을 진솔하게 설명하고, 설득력 있는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서민의 삶에 온기와 활력을 주는 예산안을 성안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민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날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을 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한동훈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불참에 대해 "아쉽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배현진 의원도 페이스북에 "지난 국회 개원식에 이어 두 번째로 국회를 패싱하는 모습이 대다수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했어야 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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