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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동산 가격 올랐으니 비수도권도 오를까? 공간적 확산 경로 주목

국토연구원, 주택 가격 급등기 시장 참여자 분석
상급지 가격 상승 민감…심리적 배경 고려한 정책 펼쳐야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매일신문DB
대구 상공에서 바라본 시가지 아파트 모습. 매일신문DB

최근 서울 등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대구 등 비수도권으로 온기가 퍼질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0년 전후 주택 가격 급등기를 분석한 연구기관의 보고서는 시장 참여자들이 주택 가격의 공간적 확산 경로를 명확히 인식한다고 강조하며 높은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배경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주택 시장 참여자들은 어떻게 행동했을까?

국토연구원이 지난 6월 발간한 '주택가격 상승기 시장 참여자 행태와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가격 상승기에는 매물은 감소하는 반면 수요가 지속적으로 뒷받침되면서 주택 가격이 오르는 상승의 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연구진이 주택 가격 상승기에 가파른 상승을 기록한 송파(잠실), 광명, 평촌, 인덕원, 동탄, 송도, 세종 아파트 단지를 분석한 결과 상승기 초반에는 가격과 거래량 모두 증가하나 후반에는 가격은 급등하는 반면 거래량은 급감했다.

특히 시장 참여자들은 소위 상급지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 추세가 정해진 경로를 따라 공간적으로 확산한다고 인식했다. 보고서는 "주택가격 상승기에 시장 참여자들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 변화의 공간적 확산 경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공유했다"며 "상급지 아파트 가격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이 부동산 전문가,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수도권 남부 지역은 ▷강남 3구 – 판교·분당 – 용인 수지 – 용인 기흥 ▷강남 3구 – 과천·판교 – 평촌·인덕원 – 산본 ▷강남 3구 – 목동·과천 – 광명·송도 – 시흥 등 3가지가 주요 경로로 꼽혔다.

조세 제도 변화는 주택 시장 상승기에 시장 참여자에 영향을 미친 주요 변수로 꼽힌다. 취득세 강화 정책은 다주택자들의 주택 매수를 감소시키는 데 기여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합가 보류(사실혼 후 혼인 미신고), 가구 분리(자녀 조기 독립) 등을 통해 보유 주택수를 낮추거나 비수도권 저가 주택을 매수하는 회피 전략을 펼쳤다.

◆각종 조세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

종부세 강화 정책 역시 증여나 저가 주택 투자 확대, 임대 사업자 등록을 통해 회피하거나 완화했다. 실제 다주택자 종부세 및 양도세가 강화된 2020년 7월 이전 증여 거래 비중은 평균 4.6%이었으나 7월 이후 평균 6.9%로 2.3%p(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양도세 강화는 매물을 회수하거나 매도를 회피하는 행태를 불러왔다. 이는 공급 감소로 이어져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2018년 1월~2022년 12월 수도권 71개 시군구를 분석한 결과 주택 가격 상승기에 양도세율을 1% 인상하면 거래량은 6.9% 감소하고 가격은 0.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제도 변화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금융제도는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 주택구입비용 또는 전세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지원정책과 LTV, DSR 등 규제정책으로 나뉜다. 주택 상승기에는 정부의 지원책이 편법적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았다. 전세자금대출 등 자금지원정책을 갭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DSR 등 규제 강화는 일부 수요를 감소시켰으나 투자 목적의 다주택자는 전세제도를 활용해 이를 회피했다.

연구진은 "주택 가격 상승기 후반에는 공급 감소가 가격 상승에 중요한 요인"이라며 "양도세 강화가 매물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지원정책 역시 주택 가격 상승기에는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자금 지원에 따른 유동성 증가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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