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윤 대통령 통화 녹음 ‘짜깁기’ 의혹, 여당 지도부는 대응 않고 뭐 하나

"(윤 당선인) 공관위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것은 김영선이를 좀 해주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명태균)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과 명태균 씨의 통화 녹음 내용이다.

이 녹음 파일을 공개하면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천(公薦)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녹음 파일이 '짜깁기'된 것이라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소리규명연구소는 ▷공천관리위에서 누가 왔었다는 말 ▷김영선 의원이 유세 기간 중에 수고했으니 해주라는 말 ▷충성 맹세한다는 말 등 3구간에서 편집 조작 흔적이 분명하게 보인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이 한 말은 맞지만 여러 말들을 잘라 '짜깁기'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소리규명연구소는 또 "편집 조작을 가리기 위해 바람 소리와 같은 배경 잡음이 인위적으로 추가됐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짜깁기' 의혹이 제기됐지만 민주당은 "대통령실에 물어보라"는 입장이다. 녹음 파일을 갖고 있는 쪽도 민주당이고, 공개한 쪽도 민주당이다. 대통령에게 '짜깁기' 여부를 물어보라는 것은 황당하고 비겁하다. '짜깁기' 했다, 안 했다 밝히면 간단히 끝난다. 만약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전화 통화 내용을 임의로 '짜깁기'해 그 대화 맥락을 왜곡(歪曲)해 공개한 것이라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 대응(對應)도 이해할 수 없다. 민주당이 대통령 육성이 담긴 파일을 '공천 개입' 증거로 공개했고, 그 파일이 '짜깁기' 의혹에 휩싸였다. '정치 공작'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음성 파일의 '짜깁기' 의혹에 대해 침묵(沈默)하고 있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일부 친윤계(친윤석열대통령계) 의원들만 이 문제에 심각하게 대응할 뿐이다. 이 사안이 '친윤계' '친한동훈계'가 입장을 달리할 문제인가.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공격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절 맞서지 않겠다고 다짐이라도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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