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꽃 튀긴 칠곡 할매 랩 배틀…경륜의 '수니와칠공주' 우승

수니와칠공주 할머니가 쇼미 더 할머니 대회서 우승을 하고 김재욱 칠곡군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수니와칠공주 할머니가 쇼미 더 할머니 대회서 우승을 하고 김재욱 칠곡군수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경북 칠곡 할매래퍼 그룹 배틀 승자는 경륜을 앞세운 '수니와칠공주'가 차지했다.

지난 2일 칠곡군 왜관읍에서 열린 '쩜오골목축제'의 특별행사로 마련된 '쇼미 더 할머니 랩 배틀' 대회서 경륜의 '수니와칠공주'와 신예 팀 '텃밭 왕언니' 간의 세기의 대결이 펼쳐졌다. 외신에서도 'K-할매'로 주목한 수니와칠공주에게, 지난 3월 창단한 신생 할매래퍼 그룹 텃밭 왕언니가 도전장을 내민 것.

이날 평균 연령 80세를 훌쩍 넘긴 래퍼들의 세상 힙한 그루브에 관람객들은 크게 환호했다.

수니와칠공주, 텃밭 왕언니 멤버는 모두 여든이 넘어 랩에 도전한 할머니들이다. 90세로 최고령인 추유을 할머니를 포함해 그룹의 평균 연령은 각각 85세와 82세다.

이날 경연에서 두 그룹은 리더는 즉석에서 만든 랩을 선보이며 공연을 펼쳤고, 이후 프리스타일 그룹 랩 배틀까지 벌이며 흥을 이어갔다.

가을을 주제로 한 리더들의 즉흥 랩 대결은 후배의 과감한 도발로 시작됐다.

텃밭 왕언니 리더 성추자 할머니는 "기름 짜듯이 쫙 짜버려 버릴 테야"라며 수니와칠공주 리더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수니와 칠공주 리더 박점순 할머니는 "가을 아침 산에 올라가니 도토리도 줍고요, 알밤도 줍고요. 달래도 따고요"라며 맞불을 놓았다.

개인전에 이어 펼쳐진 단체전에서 두 그룹의 할머니들은 아래위 펑퍼짐한 옷차림으로 흥을 내뿜으며 무대를 휘저었고, 독자적인 안무를 통해 관객의 호응을 끌어냈다.

쇼미 더 할머니 대회서 텃밭 왕언니와(왼쪽)와 수니와칠공주가 팽팽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쇼미 더 할머니 대회서 텃밭 왕언니와(왼쪽)와 수니와칠공주가 팽팽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이날 무대에서 수니와칠공주를 응원하는 슬리피와 텃밭 왕언니를 지지하는 제이통 등 국내 정상급 래퍼들의 신경전도 불을 뿜었다.

두 그룹을 지도하는 강사들 간의 자존심 싸움도 팽팽하게 펼쳐졌다.

부부 사이인 이들은 무대에 서기 전 각방을 쓰며 안무를 준비하는 것은 물론, 공연에 사용할 각종 소품을 철저하게 숨기는 등 보안 속에 맹연습을 이어왔다고 한다.

이처럼 경연 순간순간마다 양측 모두 불꽃 튀기는 랩과 나이를 잊은 댄스 실력으로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깊어졌지만, 결과는 수니와칠공주의 압승으로 결판이 났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쇼미 더 할머니'라는 문구가 새겨진 우승 모자를 수니와칠공주 할머니들에게 전달했다.

김 군수는 "두 어르신 래퍼 그룹의 대결은 많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아름다운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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