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에서 대구를 방문한 지인들이 전시 추천을 부탁하면 꼭 소개하는 공간이 있다. 삼덕동에 위치한 전시 공간 공간독립이다. 고기집, 포차 등이 줄줄이 들어서 낮보다 밤이 더 활발한 분위기의 골목 사이 숨어있는 공간독립은 2021년 5월 개관 전시 'Wish You Were Here'로 운영을 시작했다. 전시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청년작가 권효정, 최유진, 신준민, 이요한 작가의 4인전으로 시작돼 여전히 지역의 청년작가를 소개하는 개인전, 2인전 위주의 전시들로 공간을 채워나가고 있다. 현재는 10월 30일부터 '아무도 돌보지 않는'이라는 제목으로 윤동희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1년에 평균 4~6개의 전시가 개최되는 공간독립이 주목하는 작가는 다름 아닌 우리 지역의 청년작가다. 전시기간에 맞춰 전시장을 찾았을 때 매번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공간의 흰 벽면 뿐 아니라 천장, 구석진 사각지대 공간, 귀띔해주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창틀 위의 숨겨진 틈, 뒷마당의 야외 공간 등 자유롭게 공간 안에 스며든 작품의 디스플레이 방식이었다. 전시의 기획 의도나 작품의 주제 의식에 따라 그것을 가장 잘 설명하고, 그럼으로 관객을 가장 잘 설득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 나선 작품 설치는 자신의 작업에 대한 청년 작가들의 심도 깊은 고민과 그것을 수용하는 공간의 디렉터와의 합으로 완성된 결과물일 것이라 예측한다.
2021년,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구 전체가 공포에 휩싸여있던 어려운 시기를 기억한다. 막역한 공포에 점령돼 시민 개개인 뿐 아니라 대구의 모든 사업장, 문화예술계 역시 얼어붙었던 그 때, 대구의 중심 중구에 운영을 시작한 공간독립이 참으로 반가웠던 기억이 있다.
개관 초기부터 지역의 미술계 인물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받아온 이 공간은 대구에서 활동하는 작가 신명준 대표가 운영한다.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주택은 현재 독립 유공자의 집으로 지정된 곳으로, 독립운동가 신재모 선생님의 후손이 해방 이후 거주하던 주택이다. 그의 증손주인 신명준 작가가 이 공간을 지역의 청년작가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신명준 작가는 일상 속 사물과 풍경을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낯설게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는데, 작가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기획자이자 디렉터로서 유의미한 활동들을 이어오고 있다. 2023년도에는 대구아트페어 청년미술프로젝트의 협력 큐레이터로, 최근에는 2024 달성현대미술제의 전시 팀장으로 활약하며 작가로서 쌓아온 그의 노하우와 타고난 감각들을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를 소개하는데에 활용하고 있으니 유망한 디렉터로 활약할 앞으로의 그의 모습들이 더욱 기대된다.
비영리적으로 운영되는 공간의 특성상 유지가 어려워 전국적으로 축소되는 경향인 대안공간이 이처럼 대구의 중심에 자리 잡아 지역 청년작가들에게 의지할 수 있는 공간이 돼주고 있으니 예술을 사랑하고, 더욱이 대구 미술계를 응원하는 한 사람으로서 고마울 따름이다. 공간독립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지역의 작가들과 상생하는 공간으로 존재하길 마음 담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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