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의 역대 최대 수출 실적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9월까지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9.6% 증가한 5천87억달러다. 연말에는 역대 최대 수출 실적 달성도 조심스레 기대된다.
반면 우리 지역의 수출은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대구의 수출은 17개 지자체 가운데 꼴찌다. 경북은 지난 7월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2.4%의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무역통계가 보여주듯 지역의 1만 수출기업은 현재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수출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상황이 더욱 염려된다.
여러 만남을 통해 접해 본 수출기업의 고민과 바람을 전해 본다.
최근 수출기업 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이 급격히 상승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물류비까지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 중동 사태로 해상 운송에 걸리는 시간은 기존보다 2~3배 늘었고, 연이어 대금 결제까지 늦어져 자금 흐름이 끊기고 부도의 위기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기업을 운영하면 할수록 손해가 커져 수십 년간 운영해 온 기업의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해외로 생산기지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도 최근 다시 늘었다. 상대적 저임금 구조와 풍부한 노동력을 보유해 글로벌 생산기지로 주목받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이 진출 대상국으로 자주 거론된다. 하지만 몇 년 전 대기업을 따라 중국에 진출했다 투자금 한 푼 건지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던 아픈 기억이 발목을 잡는다. 이미 해외로 나간 제조 대기업을 따라 동반 진출해야 할지 기업 대표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미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한 지역 기업들도 고민은 여전하다. 인건비 상승은 물론, 국산 제품의 사용을 법제화하면서 원자재 가격도 증가했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국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존재다. 전기차는 따라가기 버거울 만큼 이미 격차가 벌어졌으며 반도체 역시 추격당하는 입장이다. AI 투자 규모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동안 우리 수출기업이 경쟁력을 유지했던 분야에서 중국에 패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크다.
섬유 수출업계는 산업 생태계 훼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오랜 기간 원사를 공급해 오던 지역 대기업이 최근 운영상의 이유로 공급을 중단했다. 원사가 있어야 직물을 만들 수 있는 지역 중소 수출업체로서는 해외로부터 받아 놓은 주문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원사를 수입해 사용했다. 결국 이는 직물의 품질 저하뿐 아니라 국내 원산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해외 바이어의 신뢰 하락과 거래 중단으로 이어질까 연일 노심초사다.
한때 지역의 경제성장을 이끌며 효자 수출 품목이라 불리던 섬유산업이 이제는 사양산업으로 손가락질받고 있다고 섭섭함을 토로한다. 섬유산업은 여전히 지역 경제와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이자 자동차, 항공 등 첨단산업의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어 중요도가 높은 산업군이다.
수출기업을 위한 인프라도 매우 부족하다. 얼마 전 수출기업 대표 20명과 함께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아침 일찍 대구를 떠나 인천을 거쳐 인도네시아에 도착하니 한국 시간으로 밤 11시가 넘어 있었다. 가까운 동남아가 이런데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으로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한 지역 비즈니스맨들의 출장길은 얼마나 고단할지 짐작이 간다.
반대로 해외 바이어를 대구로 초청하는 입장도 편하지 않다. 현지에서 대구로 오는 직항이 없다 보니 바이어는 경유지를 거쳐 입국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천에서 대구를 오가는 항공편도 이용하기 어렵다. 항공편이 다수 편성된 부산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대구경북의 수출기업과 지역을 찾는 해외 바이어를 위해 하늘길을 여는 것이 시급하다.
지역 경제의 중심지 성서산업단지 인근에는 바이어가 편히 머물 수 있고 격식을 갖춘 미팅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도 부족하다. 그나마 있던 호텔도 리모델링이 지연되고, 시설을 운영할 사업자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깊은 늪에 빠진 대구경북 수출기업의 최우선 과제는 단연 수출 품목과 시장의 다변화다. 이를 위해 수출 현장의 주인공인 지역 수출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지금 산업계는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가장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다.
대구경북이 기업하기에 좋은 지역으로 거듭나기 위해 해외 진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지원기관들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바로 지금이 지역 1만 수출기업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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