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대통령의 결단

최두성 정치부장
최두성 정치부장

10월 달력을 찢을 때만 해도 11월의 주연(主演)은 분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보였다.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공판이 예정돼 사법부의 판결에 따라 그의 정치적 운명은 큰 변곡점을 맞을 것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14일에는 배우자 김혜경 씨의 공선법 위반 사건 선고, 29일에는 최측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불법 대북 송금 혐의 항소심 선고도 예정돼 있다.

검찰은 이 대표의 두 사건에 2년, 3년을 구형해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11월 위기설'의 진앙지로 지목했다.

유죄 시, 그의 대권 행보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민주당은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민주당의 강한 반발에다 대법원 최종 확정 판결까지 긴 시간이 걸리겠지만 '수세'(守勢·방어를 해야 하는 세력)는 이 대표, 민주당이 된다.

그런데 정작 11월 들어 스포트라이트는 윤석열 대통령에 집중되고 있다. 김건희 여사, 명태균 씨 의혹에 대한 국민 의문이 증폭되고 임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는 국정 운영의 '심리적 마지노선'(20%)마저 깨 버렸기 때문이다.

여당 대표(한동훈)는 ▷대통령의 사과 ▷대통령실 전면 개편·개각 ▷김 여사 활동 즉시 중단 ▷특별감찰관 즉시 임명 ▷국정 기조 전환 등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며 대통령을 무대의 한중간으로 끌어올렸다.

공개 독대 요청 등 그간 수시로 부딪치며 갈등을 자아낸 윤-한 관계는 당내에서부터 '맞다' '틀렸다' 공방이 오가며 계파의 경계선을 선명하게 했다.

여권의 분열 우려가 보수 진영을 덮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문다혜 씨 음주 논란, 김정숙 여사의 외유 논란 등 굵직굵직한 의혹들이 잇달아 터져 나왔지만 여당은 제대로 된 공세를 펼쳐 보지 못했다. 야당과 싸우는 법을 잊은 것 아니냐는 한탄이 보수 진영에서 나왔다. 쪽수에 밀려 입법권을 야당에 내준 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겨우 버텨 온 여당은 이 대표의 사법부 판단을 기화로 전세를 뒤집을 대오를 갖추기는커녕 집안을 거덜 낼 형국이 됐다. 이 대표와 민주당을 겨눠야 할 칼날이 내부로 향하면서 모든 역량을 쏟아낸 탓이다.

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규정한 민주당은 2일 서울역 장외 집회를 계기로 대여 공세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14일에는 김건희 특검법 처리, 대통령 및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여당의 상설 특검 후보 추천 권한을 없애는 국회 규칙 개정안도 함께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다음 스텝은 '탄핵'이거나 '임기 단축 개헌'이 분명해 보인다.

이 대표는 4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동의하면서 여당이 주장해 온 정책의 주도권마저 움켜쥐었다. 최태원 SK 회장을 만나는 등 친기업 행보에도 나섰다. 11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정책 간담회도 예정하고 있다.

앞서 9월과 지난달에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상돈 전 국민의당 의원,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만나는 등 진영을 가리지 않는 광폭 행보를 이어가기도 했다.

한쪽으론 대여 공세를 강화하며 다른 한쪽으로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인 노선을 견지하는 '대선 플랜'을 가동한 것이다.

여당이 "이재명 방탄"이라고 외치지만 말엔 힘이 없다.

무대로 끌려 올라온 윤 대통령은 7일 대국민담화·기자회견을 한다. 여권에 드리운 위기의 심각성에 따른 결단이다. 더는 기회가 없을 수 있다. 신뢰를 남기는 말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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