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에 대해 프로파일러가 군에서 받은 고도의 특수 훈련 경험으로 범죄를 저질렀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5일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YTN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특수하게, 고도의 훈련을 받은 사람일 수 있다"며 "그래서 살인이라는 걸 어렵지 않게 하지 않았나라는 의구심이 분명하게 든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신이 근무하는 부대의 주차장,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는 곳에서 대단히 신속하고 빠르게 살인한 후에 빠르게 유기를 결정했다는 것은 이 사람의 심리가 대단히 위험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살인 기술자'라 하더라도 사람이 시선이 있는 곳에서는 쉽게 살인하기 어렵다"며 "본인이 얘기하는 동기 말고도 뭔가 숨겨진 게 있을 거라는 추정은 분명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피해자가 살아있는 듯 문자를 보내고, 시신을 심하게 훼손했다. 또 돌을 넣었다"며 "이 세 가지를 봤을 때 분명히 계획성이 존재했다는 의심이 간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가 '우발적인 범행'을 주장하는 점을 두고 "형량을 10년 안쪽으로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우발적 살인은 10년 조금 넘는 반면, 계획적 살인은 거의 2배"라고 덧붙였다.
앞서 현직 육군 소령인 A(38)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과천시 한 군부대 주차장 내 자신의 차량 안에서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계약직 군무원 B(33)씨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해 유기했다. 이후 유기 과정에서 A씨는 완전 범죄를 노리는 듯 치밀한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
A씨는 살해 후 피해자의 시신에 옷가지를 덮어놓고는 차량을 빠져나와 태연히 근무를 이어가다 오후 9시쯤 부대 인근 건물에서 시신을 훼손했다.
건물은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곳이었기 때문에 경찰이 A씨 검거 후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옹벽과 바닥 등이 철거된 상태였다. 시신 훼손 당시 직접 준비해 온 도구들로 혈흔 등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시신을 훼손한 A씨가 유기 장소로 택한 곳은 10여 년 전 자신이 근무한 경험이 있던 강원 화천군으로 범행 이튿날인 26일 오후 9시 40분쯤 화천 북한강에 시신을 유기했다.
시신이 금방 떠오르지 않도록 시신을 담은 봉투에 돌덩이를 넣었으며, 시신을 훼손할 때 쓴 도구들은 북한강 곳곳에 버렸다.
시신 유기 다음날인 27일부터는 B씨 휴대전화를 이용해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부대 측에 B씨 휴대전화로 "휴가 처리해달라"며 결근을 통보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돌아다니며 휴대전화를 껐다 켜는 수법으로 생활반응이 있는 것처럼 꾸몄다.
A씨는 검거 당일인 3일까지도 B씨의 휴대전화를 쓰며 '1인 2역'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B씨의 가족과 지인에게도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산하 부대로 전근 발령을 받은 뒤에는 정상적으로 출퇴근하며 태연히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2일 시신 중 일부가 물에 떠오르면서 A씨 범행이 드러났다. 시신이 부패하면서 가스가 차는 데다 물까지 새어 들어갈 경우 생기는 화학반응과 삼투압 현상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는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
현재 A씨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이날 춘천지법 박성민 영장 전담 판사는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A씨의 정확한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는 한편, 신상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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