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 간 교전에 대해 한미 당국이 확인을 보류하는 가운데 첫 교전이 사실로 나타났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의 참전으로 국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여하면서 지금껏 우크라이나 전쟁과 일정 거리를 유지해 온 벨라루스 등 여타 친러 국가들이 파병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소규모 교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영상 연설에서 북한군 병력이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였다고 확인하면서 "북한 병사들과의 첫 전투는 세계 불안정성의 새 장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 역시 KBS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북한군과 '소규모' 교전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CD)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전날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첫 북한 병력이 쿠르스크에서 이미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는데 사실이었던 셈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5일(현지시간) 교전 사실을 보도했다. NYT는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교전이 언제 일어났는지 확실치 않지만, 미 고위 당국자가 "상당한 수(a significant number of)의 북한군이 사망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북한군은 러시아군 제810 해군보병여단과 함께 전투에 참여했다. 전선에 배치된 북한군은 공격부대와 지원부대의 두 단위로 나뉘었는데, 지원부대는 우크라이나군에게서 탈환한 지역의 방어선 구축을 담당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전했다.
◆대규모 전투도 임박
우크라이나 측은 약 1만2천∼1만5천명의 북한군이 몇 주 내에 훈련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전투에 투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 병력이 60만명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드론(무인기)과 첨단 통신기기 중심의 현대전에 익숙하지 않은 북한군 1만여명이 추가돼도 전장에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군 2선급 병력이 주로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쿠르스크 전선에서는 상황이 다를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 기습적으로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에서 한때 1천㎢가 넘는 면적을 점령했으나 현재는 전선이 교착된 상황이다.
제공권이 없는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방어선을 뚫을 방법이 없고, 징집병과 예비군 위주로 구성된 쿠르스크의 러시아군도 적극적 공세를 펼치기 힘들어서라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특수부대 위주의 북한군 병사들이 대거 투입된다면 우크라이나군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전장 여건이 달라 게릴라전 등 특기가 제한돼도 머릿수에서 밀리는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소모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북한군 참전이 가져올 여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각국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양새다.
주요 7개국(G7)과 한국을 포함한 3개 주요 동맹국 외무장관들은 5일 공동성명을 내고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가능성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설령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이 다른 국가들의 '참전 도미노'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향후 북한군이 파병규모를 확대한다면 가뜩이나 장기화한 전쟁이 더욱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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