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포인트(p)는 윤석열 정부의 운명적 숫자다. 이 간발의 차이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 수치가 운명적인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5년간 풀어가야 할 난관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정도 지지율로는 통치가 불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년 반 동안 그런 정치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갤럽 정기 여론조사를 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초 잠시 50%를 넘었지만 곧바로 24%까지 자유낙하했다. 그 뒤 40%를 넘은 적이 없다. 임기가 겨우 절반 지났지만 지지율이 10%대까지 추락했다. 모두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국정을 원만하게 운영하려면 지지율 40%는 넘어야 한다. 하지만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대체로 30%대 초반에 머물렀다. 금년 4월 총선을 전후해 20%대로 떨어졌고 그 뒤 한 번도 30%를 넘지 못했다. 만성적인 통치 불능 상태가 고착화된 것이다. 10%대 지지율로는 4대 개혁은커녕 국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의정 갈등을 보면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국민은 매일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다.
모든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는 건 아니다. 우선 극단적인 정치적 양극화가 문제다.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정치는 '경쟁'이 아닌 '전쟁'에 가까워진다. 이게 심해지면 상대를 '적'으로 보는 정서적 양극화로 발전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6건의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윤석열 정부는 2년 반 만에 총 18건이 발의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임명된 지 하루 만에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다.
금년 국정감사는 고성과 욕설이 난무하는 극단적 정쟁으로 얼룩졌다. 지난 7월 체코 원전 수주 때 민주당은 헐값 수주라며 폄훼했다. 최근에는 국회 동의 없이 방산 물자를 수출하지 못하게 하는 '방위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 정부의 성공, 심지어 대한민국의 성공도 바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자신의 말대로 대통령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이 모든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 윤 대통령은 0.73%p의 정치적 의미를 쉽게 잊었다. 취임 3개월여 만에 국정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건 그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건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한마디였다. 조국 사태를 겪으며 국민은 문재인 정부의 불법과 위선에 질렸기 때문이다. 국민은 윤 대통령에게 공정과 상식을 기대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첫 인사는 검찰과 측근 중심이었다. 능력과 도덕성보다 개인적 친분이 앞선 것이다. 지난해 초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는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공정과 상식을 뒤집는 말이다.
지금 국가 최고의 현안은 안보나 경제, 민생이 아니다. 슬프게도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다. 검찰은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으로 2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종합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검찰은 디올 백 수수를 비롯한 여러 혐의를 모두 불기소 처리했다.
국민권익위 역시 지난 6월 김 여사의 디올 백 수수에 대해 "대통령 배우자는 청탁금지법상 제재 규정이 없다"며 종결 결정했다.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에게 뇌물을 줘도 직무 관련성이 없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명태균 씨의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김 여사는 총선 공천에도 개입한 의혹이 있다.
그런데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국정 개입 논란이 "침소봉대하고 악마화한 것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원칙인 공정과 상식은 이렇게 거의 무너졌다.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는 국민의 첫 경고였다. 올해 총선은 탄핵에 가까운 경고였다. 지금은 상황이 더 나쁘다. 국민의 인내는 한계에 달했고, 탄핵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보면 위기의 중대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파병을 감행했고 세계는 점점 신냉전의 블랙홀로 빨려들고 있다. 한국 경제는 삼성전자조차 앞날을 알 수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한가하고 야당은 오직 정쟁에 골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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