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발 빼기로 의료 대란 해소를 위한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 출범이 파투 날 위기에 놓였다. 국민의힘은 오는 11일 협의체 출범을 예고하며, 민주당에 참여를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실질적인 협의 능력이 있는 단체 참여가 필요하다"며 거부했다. 이 바람에 참여 의사를 밝힌 의사 단체들마저 '야당이 빠진 협의체는 제 역할을 못 할 것'이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일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온라인 임시 이사회를 열고 여야의정 협의체 등 현안을 의논했지만,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협의체 시작부터가 지난(至難)하다'는 걱정의 목소리만 많았다. 야당 없이 협의체를 운영하면 나중에 야당이 딴지를 걸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대한의학회와 KAMC는 지난달 22일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혔다. 특히 KAMC가 참여의 선결(先決) 조건으로 내건 '의대생 휴학의 자율적 승인'을 교육부가 받아들이면서 협의체 구성은 탄력을 받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기에 재를 뿌렸다. 전공의 단체의 불참을 이유로 끝내 꽁무니를 빼고 있다. 어렵게 이어가는 협의체 구성(構成)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5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공의 등이 협의체에 빠져 있는 상태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본다"며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여야의정이 아니면 그것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협의체 구성을 먼저 제안한 쪽은 민주당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실효성, 시간 낭비 운운하며 불참 선언을 하는 것은 국민과 여당을 기만(欺瞞)하는 행위다. 민주당은 정치적 실리(實利)를 따져 불참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의 주요 역할은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 역할을 계산기 두드리면서 '선택적'으로 하고 있다. 민주당이 당대표 방탄과 탄핵·특검을 향한 열정의 깃털만큼만 할애해도 의정 갈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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