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트럼프 시대, 우리 경제에 위기와 동시에 기회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백악관에 입성(入城)하면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 동력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한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앞서 임기 때에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했는데, 재선에 성공하면서 더욱 거침없이 초강수를 둘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선택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미중 무역 갈등의 틈바구니에서 우리 경제의 좌표를 정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큰 틀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노선을 따를 것이어서 불확실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다르다. 단적으로 중국의 경우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무기로 모든 산업에서 교역을 축소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 놓고 밝혀 왔다. 대미·대중 수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였고, 올해도 9월까지 399억달러를 기록해 최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 무역수지에 있어서는 한국 등 동맹국이 적국보다 더 심하다면서 10%의 보편(普遍) 관세를 매기겠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던 트럼프가 이를 묵과할 리 없다.

환율이 오르고 증시가 내려앉으면서 트럼프 시대의 불안감을 시장은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2차전지 관련주가 폭락했는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면 폐기로 미국에 진출한 K-배터리 업체들에 대한 보조금의 축소 또는 폐지가 우려돼서다. 그러나 공화당 내에도 IRA 폐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속단(速斷)해선 안 된다. 오히려 반(反)중국 정책 강화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늦어지면서 한국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울러 반도체, 휴대폰, 자동차 부품 등도 중국 견제에 편승할 수 있다. 위기와 기회는 동시에 온다. 미국의 통상 압력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공급망과 수출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트럼프 시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반대로 시장을 짓누르던 미국 대선 불확실성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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