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5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두고 한국 정부 입장에 변화가 생길지 관심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및 자금 지원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는 선거 과정에서 "취임하고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 "당선되면 취임 전에 해결할 것" 등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전 입장을 밝혀왔다. 그렇다고 구체적인 조기 종전 로드맵을 밝히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방침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한군 관여 정도에 따라서 단계별로 지원 방식을 바꿔나갈 것"이라며 "무기 지원을 한다면 방어무기부터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에 발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조만간 한국에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을 특사로 파견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의 특사 파견은 지난달 29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윤 대통령과 통화에서 언급했다. 이후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에서 이겼다.
조기 종전을 강조해 온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선 '한국의 무기 지원'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가 당선된 상황에서는 우크라이나 특사가 오더라도 논의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기 지원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정부 기류도 미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지난달 22일 "정부는 북한의 전투 병력 파병에 따른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병력이 실제 전투에 참여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본격적으로 검토되리라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지난달 31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한국의 무기 지원 기준에 대해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되느냐 안 되느냐로 정하는 것은 아니고 전체적인 전황의 문제"라며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와 보조'를 언급한 것은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북한군 파병으로 한국 안보에 가해지는 위협이 상존하는 만큼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날 발언도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본격화되면 한국이 무력 지원에 나설 수 있다고 북러에 경고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 또한 미국 대선 판세를 내다보고 대선이 가까워진 시점에 파병을 전격 결정해 '숟가락 얹기'에 나선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크라전을 일찍 끝내려는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고는 전쟁 막바지에 끼어들어 큰 희생은 치르지 않고도 러시아를 향해 첨단 군사기술 지원을 요구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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