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확정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한 전기차·배터리 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측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차전지 소재 분야, 자동차 부품의 비중이 높은 대구경북 산업계도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배터리 사업 제동? IRA 폐지 가능성 낮아
트럼프 당선인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면 폐지 등 신재생에너지 전환에 부정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업계 안팎에서도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미국은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인 동시에 국내산 자동차 수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곳으로, 자동차 관련 정책이 수정될 경우 큰 타격이 예상된다. 친환경차 판매 증가로 수혜를 입은 자동차 업계와 더불어 배터리 기업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미국 현지에 투자를 확대하며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지속해왔다. IRA상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으로 영업손실을 상쇄한 것이다.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4천660억원, SK온은 608억원의 AMPC를 받았으며 두 기업 모두 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를 기록했다.
향후 IRA 수혜 규모가 축소되면 배터리 수요가 위축되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소재 수요도 둔화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배터리 기업과 함께 미국에 동반 진출한 소재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에도 IRA 전면 폐지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한 상태에서 IRA를 폐지할 수 있지만 이차전지 투자가 집중되는 미시건·오하이오·네바다 등 지역구에서 반대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실제 공화당 내 하원의원 18명과 의장이 IRA 폐지를 반대하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짚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정책 기조 변화에 대응하면서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업계는 8일 통상교섭본부장 주관, 오는 13일에는 산업부 장관 주관 간담회에 참석해 미국 대선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7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관세 도입 공약은 현지에 선점 투자한 우리 기업의 경쟁력에 유리하고 법인세 인하, 전력 요금 인하, 규제 완화 공약 등이 현실화할 경우 미국 투자 법인의 경영 환경에 개선이 도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한·미 배터리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미국 배터리 최대 투자국,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자산, 미국 자동차 기업 핵심 파트너, 지역 경제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K-배터리의 역할을 적극 홍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양극재·차부품 주력 대구경북 영향은
대구경북 산업계도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대구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15억7천600만달러로 두 번째로 수출액 비중이 높다.
같은 기간 경북의 대미 수출액이 49억6천900만달러로 집계됐으며, 대구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2위 수출국에 해당한다. 또 흑자 규모로 보면 미국은 올해 대구에서 1위, 경북에서 2위를 각각 차지한다.
대구경북의 주력 산업인 자동차 부품이 수출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차부품 수출이 대미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구경북이 각각 19.9%, 13.9%로 가장 많았다. 2차전지 소재 수출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 외에도 배터리 설비 관련 기기, 철강, 인공지능(AI) 반도체 소재 등 신사업 분야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지만 위기 속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미 투자 확대와 기술경쟁력, 정부 협력 강화로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
한기영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차장은 "지역 1위 대미 수출품목인 차부품은 흑자 비중이 높아 추가 통상제재 위험이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를 통한 우회수출을 차단할 경우 지역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2차전지 소재 및 생산장비에 대해 그는 "친환경차 산업 지원 정책에 변화가 예상되지만, 미국 현지 투자 확대 지속으로 리스크를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 외에도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 배터리는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으로 중국에 대한 제재를 시행하면 한국 기업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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