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됐다. '돌아가지 않겠다'(not going back·트럼프 재집권을 저지하겠다는 뜻)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선거 슬로건은 무력(無力)했다. 미국인들은 첫 여성 대통령보다 '트럼피즘'(Trumpism·트럼프주의)을 선택했다. 남의 나라의 대통령이 누가 된들 무슨 상관이냐고? 그게 미국이면 차원이 다르다.
트럼프 '시즌2'는 극강(極強)의 매운맛을 예고한다. 트럼프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강조했다. 이는 '시즌1'보다 더 고립적인 외교·안보·경제 정책을 의미한다. 방위비 추가 부담 요구 등 우리나라에도 폭풍이 몰아칠 것이다.
트럼프의 재선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많다. 독선(獨善)과 아집(我執)에 가득 찬 트럼프가 어떻게 두 번이나 대통령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한국보다 민주주의 역사가 길고, 인구도 많은 미국에 인물이 그렇게도 없냐는 의문이다. 그는 4년 전 대선 결과에 불복했고, 기밀문서 불법 유출 등 4개 사건에서 91개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트럼프는 무죄를 주장하고, 강성 지지층은 '정치 보복'이라고 감싼다. 우리나라 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미국인들의 속내를 꿰뚫었다. 특히 백인 노동자들의 경제적 불안을 선동했다. 자유무역과 대량 이민이 미국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학계는 물론 공화당까지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반발했다. 대량 실직·실업은 신자유주의 경제의 확대로 파생된 문제로 보는 게 합당(合當)하다. 그러나 트럼피즘은 스펀지처럼 대중을 빨아들였다.
뉴욕타임스(NYT) 조사를 보면, 미국인의 55%는 이민 감소를 원했다. 이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민주당 당원의 42%가 무증명 이민자의 대량 추방에 찬성했다. '반복하면 거짓도 진실이 된다'는 독일 나치의 선전장관 요제프 괴벨스의 말은 헛소리가 아니었다. 비정상적인 트럼프의 포퓰리즘(populism)이 미국을 지배하다니. 모순(矛盾)을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모순일까. 그렇지만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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