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우려에 고개 숙인 윤 대통령, 정치다운 정치 복원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열고 김건희 여사 논란에 대해 "모든 것이 제 불찰(不察)이고 제 부덕(不德)의 소치입니다"라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명태균 씨와 관련해서는 "원리 원칙에 대한 얘기만 했지 누구를 공천 주라는 얘기는 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명 씨와 당선 직후 통화를 한 건 맞지만 부적절한 일은 없었다고 해명한 것이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매사에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했다. 국민께 걱정을 끼쳐 드린 건 무조건 잘못"이라고 거듭 사과했다.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단에 대해서는 "외교 관례와 국익상(國益上) 반드시 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 왔고, 앞으로도 이 기조(基調)를 이어 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여사의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를 치르고, 국정을 원만하게 하길 바라는 일들을 국정농단(國政壟斷)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해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후보를 추천하면 그중 한 사람을 당연히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윤 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민주당이 꺼리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과 연계(連繫)해 추진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와 연계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진일보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공식 활동을 보좌할) 제2부속실장을 오늘 발령 냈고, 제2부속실장이 같이 일할 직원들도 금명간 다 뽑을 것"이라고도 했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의 담화나 기자회견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2월 KBS 녹화 대담 때는 김 여사의 디올 백 수수 의혹에 대해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쉽다"고 했다. 법적으로 혐의가 없다는 것이 근거였다. 하지만 이번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은 달랐다. '법적 혐의' '억울함'을 떠나 "국민께 걱정을 끼쳐 드린 건 무조건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특별감찰관 임명에 진일보한 입장을 표명한 것, 제2부속실장을 발령한 것, 국익과 외교 관례상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 아니면 김 여사가 대외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국민의 우려에 적극 부응(副應)한 것으로 평가한다.

윤 대통령이 당초 이달 말 열겠다고 했던 기자회견을 앞당긴 것, 기자회견 형식도 사전에 약속한 질문에서 벗어나 '무제한 일문일답' 방식을 택한 것도 국민의 우려(憂慮)와 의혹(疑惑)을 풀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앞으로 취할 조치(措置)도 명확히 밝힌 만큼 이제 여야(與野)도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 '국익을 위한 정치'로 돌아와야 한다. 무엇보다 야권이 추진하는 '김건희 특검법'은 적어도 윤 대통령과 여당이 이해는 할 만한 구성적 수준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특검을 독점 추천'하는 말 안 되는 주장을 또 펼쳐서는 안 된다. "(내가 참모들을 호통치면 아내가 내게) '당신이 (참모들에게) 부드럽게 하라'고 하는 것을 국정 관여라고는 할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비유(比喩)처럼 김건희 여사 일이라면 무엇이든 정쟁 거리로 삼아 '악마화'하려는 행태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잘못이 있다면 분명하게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무조건 의혹을 제기하고 혐의(嫌疑)가 없으면 혐의가 만들어질 때까지 특검으로 털겠다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이번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에서는 작금(昨今)에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들과 그 '해결책'은 대부분 제시(提示)되었다고 본다. 그런 만큼 이제 야권은 막무가내식 의혹 제기를 중단하고, 대통령실 역시 '무조건 방어' 입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 기자회견이 합리적 문제 제기와 합리적 해결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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